“2028~2029년 공급과잉 재현 우려”
‘빅쇼트’ 버리 “상승 사이클 끝 신호”
중국 D램 생산능력 확대 ‘최대 변수’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급등했던 반도체주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AI 수요를 전제로 대규모 증설에 나섰지만 투자 열기가 식을 경우 2028~2029년 공급 과잉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일 뉴시스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둔화하면 메모리 수요도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2분기 시장 기대를 웃도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6월 고점 대비 약 3분의 1 하락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증시 상장 이후 국내 주가가 약 40% 떨어졌고, 마이크론 역시 30% 이상 하락했다.
FT는 이 같은 주가 변동성이 AI발 메모리 수요와 공격적인 증설 경쟁 사이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반도체 업체들은 향후 2~3년간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투자하고 있다”며 “AI 투자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 메모리 수요도 줄어들어 2028년께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I 믿고 투자 확대…버리 “상승 사이클 끝 신호”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간 생산능력을 두 배, 2034년까지는 세 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용인 D램 공장 4기와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 등을 포함해 총 110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2040년까지 국내 반도체 사업에 21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미국에 25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일본·인도 등 해외 생산기지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실제 주인공인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이번 상승 사이클의 종말이 시작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마이크론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하며 “메모리 반도체는 전형적인 경기순환주로, 좋을 때는 과도하게 오르고 나쁠 때는 과도하게 하락한다”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메타가 남는 AI 컴퓨팅 용량 판매를 검토한다는 보도도 AI 인프라 투자 이후 수요 둔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대 변수는 중국 CXMT
반면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맥쿼리의 다니엘 김 애널리스트는 “모든 사이클은 다르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웨이퍼 투입량이 많고 미세공정 난도가 높아 공급 확대가 과거만큼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D램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고객사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수년 단위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선수금 지급과 최소 가격 보장 등을 포함한 계약은 공급 과잉과 부족을 반복했던 산업 특성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노무라는 현재 공장 건설 계획을 앞당기더라도 실제 공급 증가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최대 변수로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꼽는다. CXMT는 올해 말 월간 웨이퍼 생산능력을 35만장, 2028년 말에는 50만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98억달러 규모 기업공개(IPO)를 통해 추가 증설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전 세계 D램 웨이퍼 순증설 물량의 약 30%를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 교수는 “결정적인 변수는 중국”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를 조절할 수 있지만 CXMT가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증설하면 공급 조절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XMT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현재 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여전히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