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부도율 0.4%, 2015년 이후 최고치
대기업 연체율 0.19%…자금경색 본격화
산업전망 PSI 102…3개월 만에 하락
한은 “부실 위험 커져”…금리 인하도 역부족
어음 부도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향후 산업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축소되면서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 어음 부도율은 0.4%로 집계됐다. 지난 2월 0.04%에 불과했던 어음 부도율은 3월 0.19%, 4월에는 0.23%까지 오르더니 3개월 만에 10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2015년 3월(0.41%)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어음 부도는 기업이 발행한 어음이 만기일에 지급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어음 부도를 반복하게 되면 신용 위험이 급격히 커지게 되고 법정관리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에서도 기업의 자금난이 확인된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0.7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연체율은 0.19%까지 치솟았다가,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 등으로 6월에는 다소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크게 높은 상태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들의 상환 부담을 계속 낮춰주고 있지만 파산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작년보다 늘고 있다. 한은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최근 경제 심리 회복 지연,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내수 부진이 길어진 가운데 대외적으로 글로벌 무역 갈등이 지속되고 환율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말로 갈수록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경기 부진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날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전망 지수(PSI)는 102를 기록해 3개월만에 하락했다. PSI는 100(전월 대비 변화 없음)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보다 업황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0에 근접할수록 업황이 악화했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등 업종에서 기준치(100)를 웃돌았지만, 자동차, 조선, 섬유, 가전 등 업종은 100을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반도체, 휴대폰, 화학 등 업종에서 상승했다. 반면 미국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가전(-30)과 자동차(-13), 철강(-13) 등의 업종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