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장 30돌을 맞은 코스닥이 대수술에 들어간다. 한 때 벤처 신화의 상징이었지만,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 종목) 시장’ ‘개미지옥’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코스닥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부실기업 퇴출을 강화하고 혁신기업 지원 확대해 시장 신뢰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한국판 나스닥’ 표방 코스닥 30년 역사
코스닥 시장은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으로 1996년 7월1일 출범했다.
코스닥은 한 때 벤처 신화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인터넷·IT 산업이 급성장한 닷컴버블 시기를 거치며 다음,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표 벤처기업의 성장 무대로 자리 잡았다. 2000년 3월에는 지수가 2834.40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IT 버블 붕괴와 함께 지수는 급락했다. 2004년에는 300~400대까지 급락했다. 2023년에는 에코프로비엠 등을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 열풍이 불며 한때 코스닥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시가총액은 7조원대 규모로 출발해 올해 1월 사상 처음으로 시총 600조원을 돌파했다. 상장기업 수도 개장 초기 341개사에서 지난해 말 기준 1827개사로 늘며 몸집이 커졌다.
다만, 질적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개미지옥’, ‘동전주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코스피와의 격차도 벌어졌다. 올해 들어 국민성장펀드 출시에 따른 코스닥 수혜 기대 등에 힘입어 지난 1월 26일 1000선을 돌파했다. 특히, 4월 24일에는 닷컴버블 시기였던 200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2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자금이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로 쏠리자 지난달 천스닥(1000선)선을 반납하고 현재는 860대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 “올해 상폐 50곳 예상”
거래소가 꺼낸 처방은 시장 신뢰 회복이다. 거래소는 최근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 및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의 후속조치로 특례상장기업 상장폐지 관리 요건을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상장규정과 시행세칙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기술특례기업의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를 상장 폐지 조치키로 했다. 이를 적용하면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이 약 50곳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일부 기업이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됐고, 이로 인해 코스닥이 믿고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인식과 마주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동전주 퇴출’ 기준도 높였다. 상장사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부실기업이 빠져나간 자리는 혁신 기술기업이 메우도록 시장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혁신기업 맞춤형 심사도 확대한다. 기존 AI·바이오·반도체·우주·방산(ABCD)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적용하던 맞춤형 질적 심사기준을 첨단로봇, K콘텐츠, 사이버보안 분야까지 넓힌다.
‘마이너리그’(2부 시장) 이미지를 벗고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을 단계별로 분리하는 이른바 ‘코스닥 셀렉트’(가칭)도 도입할 예정이다. 옥석을 가리는 기능이 부재한 탓으로 우량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이석우 거래소 기술기업상장부 팀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혁신 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 제조업과 다른 업종에 대한 심사로 기업공개(IPO) 시장 신뢰 제고와 투자자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산업 수요 등을 고려해 광산 등 추가 혁신 산업에 대한 맞춤형 심사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코스닥 승강제 도입 등을 추진 중인 가운데 과거에는 코스피 이전이 성장 기업의 자연스러운 선택지였다면, 현재는 코스닥 내에서도 대표기업으로서 기관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 건전성 제고 및 기초 체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며 상장폐지 확정시 전체 시가총액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미미하다고 본다”면서도 “코스피+코스닥 200여개를 웃도는 후보 기업 투자자들에 관한 보호 조치도 충분히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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