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 팬을 겨냥한 프로야구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팬덤 문화가 확산되며 유니폼, 응원봉을 넘어 캐릭터 굿즈와 백화점 팝업스토어 등 유통업계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30 여성 팬 몰린 현대백화점 야구 팝업
5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진행한 총 8번의 프로야구 구단 팝업스토어의 매출은 26억원으로 집계됐다.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기간은 총 84일로 일평균 매출은 약 3100만원에 달한다. 패션 팝업스토어의 일평균 매출은 2000만원인 것과 비교해 55% 높은 수치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일주일간 진행된 ‘한화 이글스’ 팝업스토어는 오픈 첫날 2000명 넘는 팬들이 몰리며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전광역시를 연고지로 둔 한화 이글스가 수년 만에 순위권에 올랐고 수도권에서 첫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영향이었다.
현대백화점의 야구 팝업스토어는 2030세대 여성을 겨냥한 것이 특징이다. 야구가 단순 경기 관람을 넘어 팬덤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다. 이들은 좋아하는 구단의 굿즈나 선수의 사진을 사 모으기도 한다. 실제로 여성 관중 비중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올스타전의 예매 데이터 기준 전체 관중 가운데 여성 관중의 비중은 68.8%로 남성(31.2%)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는 2023년 여성 관중 비중(65.5%)보다 증가한 수치다. 여성 관중 가운데 2030세대는 58.7%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은 2030세대의 취향에 맞춰 굿즈를 새롭게 기획하고 있다. 지난 5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진행한 ‘엘지 트윈스’ 팝업스토어에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블루밍테일과 협업한 굿즈를 판매했다. 블루밍테일의 대표 캐릭터인 ‘네로’가 그려진 한정판 유니폼, 키링, 휴대폰 케이스 등이 인기를 끌었다. MZ세대가 좋아하는 귀여운 캐릭터와 야구를 결합한 것이다. 엘지 트윈스 팬인 신유정 씨(25)는 "엘지 트윈스 로고가 그려진 휴대폰 케이스를 사기 위해서 이번 팝업스토어에 갔다"며 "블루밍테일 이외에도 캐릭터 최고심과 협업한 손수건, 유튜버 빠다너스와 콜라보한 재킷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야구 팝업스토어의 방문 소비자 중 2030 여성 비중은 70%에 달했다. 점포에 처음으로 방문한 신규 소비자 비중도 22.2%에 이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패션 콜라보 상품과 마스코트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가 유행”이라며 “전통 스포츠를 2030세대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굿즈 마케팅은 브랜드와 구단 모두에게 새로운 팬층을 형성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야구 마케팅 '광풍'
야구 마케팅 열풍은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스포츠 특화 매장에서 유니폼을 리폼한 가방 등을 선보이며 굿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우산, 유니폼 짐색(가방) 등 희소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상품들을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전에 한화 이글스 특화매장 2곳, 서울 잠실에 엘지 트윈스 특화매장 1곳을 운영 중이다. 스포츠 특화 매장 일평균 매출은 일반 매장 대비 3배가량 높다. 6월 기준 해당 매장의 굿즈 소비자 중 56.7%가 10~30대였다.
패션 플랫폼 29CM도 지난 5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노플라스틱선데이와 협업한 야구공 모양의 스마트 키링을 선보였다. 휴대폰에 태그하면 해당 구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9000개가 팔렸다. CJ온스타일은 오는 7일 각 구단 마스코트의 피규어가 달린 텀블러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에 발맞춰 야구 마케팅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2030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한 팬덤 기반 협업은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로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