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야구부가 ‘5·18 민주화운동 조롱’ 논란과 관련해 광주제일고를 직접 찾아 사과하기로 했지만 징계 수위와 책임 범위 등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대회 출전 금지 등 징계와 여론의 흐름이 과도하다는 의견과 역사적 비극을 희화화한 만큼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4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배재고 야구부원 36명 전원과 학부모, 교직원 등 80여 명은 오는 6일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공식 사과한 뒤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광주일고 측은 당초 시험 기간과 학생들의 심리 안정 필요성을 고려해 즉각적인 방문을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이후 두 학교 간 협의를 거쳐 방문 일정이 확정됐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 경기에서 불거졌다. 당시 일부 배재고 선수들은 상대 팀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는 최근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른바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을 연상시키는 조롱성 응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공식 사과 일정이 확정됐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씨는 “학생들이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져 마녀사냥식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배재고는 논란 이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조롱이나 위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학생 보호를 위해 당분간 사복 등교를 허용한 상태다. 학교 정문 앞에는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이 놓이기도 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도 학생 선수들의 진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부모 박모씨는 “잘못한 부분은 분명 책임져야 하지만, 운동만 바라보고 몇 년을 준비해 온 아이들에게 6개월 출전 정지는 사실상 진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징계와 별개로 아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도 함께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KBSA는 지난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 선수들에게 협회 주관 대회 출전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배재학당총동창회는 3일 스포츠공정위에 “후배들이 잘못을 깨닫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며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후배들의 현재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가능성과 미래도 살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재심은 징계 통보 후 7일 안에 청구할 수 있다.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5·18 민주화운동은 수많은 희생을 남긴 역사적 사건인 만큼 이를 조롱하는 듯한 표현을 단순한 장난이나 응원 문화로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가볍게 물을 경우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가 반복될 수 있어 징계와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부모 이모씨는 “이번 일을 가볍게 넘기면 ‘이 정도는 괜찮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학생들도 사회의 일원인 만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뿐 아니라 교장·교감, 감독 등 학교와 운동부 관리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 정모씨는 "아이들만 징계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경기장 안에서 그런 응원이 나오기까지 지도자와 학교가 어떤 교육을 했는지, 관리·감독에는 문제가 없었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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