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모를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필자도 어린 자녀를 키우며 이러한 캐릭터 인형과 학용품을 구매한 경험이 많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제품을 사달라고 하는데 부모가 안 사주긴 힘들다.
‘티니핑’의 인기가 높아지자 관련 제품을 사야 할 부모의 지갑을 파산시킨다며 ‘파산핑’(파산+티니핑)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티니핑 라이선스를 보유한 SAMG엔터의 주가는 올해 상반기(1∼6월) 622% 오르며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글로벌 유아 콘텐츠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기상어’의 제작사 더핑크퐁컴퍼니는 올해 하반기(7∼12월) 상장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콘텐츠·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았다. 콘텐츠 기업들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에 종속적인 계약 구조로 수익성이 낮았다. 일부 대박을 터뜨렸던 IP도 반짝 흥행 이후 대중의 관심이 줄며 매출 연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최근 글로벌 IP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를 보면 이전과 다른 모습이 포착된다. 헬로키티로 유명한 일본 산리오는 시나모롤, 쿠로미, 마이멜로디 등 기존 IP가 다시 인기를 끌며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가가 255% 치솟았다. 라부부 인형으로 유명해진 중국 팝마트의 주가는 작년 초 대비 10배 넘게 급등했다.
최근 흥행한 IP들은 독특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라부부 인형은 전형적인 귀여움과 거리가 있어 인지도가 높지 않았는데,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아이들의 인형이 아니라 어른들의 수집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판매 방식은 더 독특하다. ‘블라인드 박스’ 형태의 랜덤 판매 방식은 수집가의 욕구를 자극했다. 나올 확률이 낮은 인형은 중고 시장에서 기존 가격의 몇십 배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해 베이징의 한 경매에서는 실물 크기의 라부부 인형이 2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넷플릭스에서는 ‘오징어 게임’에 이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역대 최고 시청률 1위에 등극했다. 애니메이션에는 김밥, 라면과 대중목욕탕처럼 한국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극 중에서 김밥을 통째로 베어 먹는 ‘김밥 한입에 먹기’가 SNS에서 확산되며 한국의 김밥이 유명해지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 볶음면’이 한국의 대표 수출 제품에 오른 것도 SNS의 힘이다. K팝 아티스트들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화장품, 음식을 접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아티스트들의 SNS를 보면서 한국 음식,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이는 소비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 IP는 단순한 팬덤을 넘어 기업들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잘 키운 IP 하나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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