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솔로 콘서트 ‘위버맨쉬’
이틀간 고양 6만석 매진됐지만
강추위 속 지연·라이브 논란 겹쳐
니체 ‘초인’ 개념 공연·노래에 담아
일본·필리핀·중국 등 亞투어 진행
8년 만에 열린 지드래곤(G-DRAGON·본명 권지용·37)의 단독 콘서트가 때아닌 3월 말 강추위·강풍에다 주최 측의 운영 미숙, 가수의 라이브 실력까지 설상가상 악재 속 개최됐다. 홀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9~30일 이틀간 총 6만여 명을 동원하는 놀라운 티켓 파워를 과시했지만 내실이 받쳐주지 못해 논란을 낳았다.
29일 첫날 공연은 시작부터 70분 넘게 지연돼 객석에서 야유가 터졌다. 애초 오후 6시 반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돌풍 등을 이유로 오후 1시께 ‘30분 지연’이 공지됐다. 일찍부터 굿즈 구매 등을 위해 야외 공연장 인근에서 대기하던 관객들은 더 오래 체감 온도 영하권의 추위를 견뎌야 했다. 심지어 7시 이후로도 ‘부득이한 기상 악화와 안전상 이유’라는 안내 공지가 한 차례 나온 뒤 기약 없이 밀려, 7시 43분에야 막이 올랐다.
이날 지드래곤은 공연장 하늘을 나는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려 했지만 기상 상황을 고려해 큐시트 대거 수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무대에 올라 “날씨도 추운데 늦게 시작해 너무 죄송스럽다”고 여러 차례 사과했다.
그러나 주최 측의 안이한 조처는 계속됐다. 공연 중 1층 플로어 일부 관객이 자기 객석이 아닌 통로에 서서 보는데도 제지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앙코르 때는 관객들이 대거 무대 쪽으로 뛰쳐나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중국 등 외국인 관객이 많았지만 이들 언어로 된 안내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장서 만난 한 20대 한국인 관객은 “안내요원이 부족해 길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공연 중 게스트로 그룹 2NE1의 씨엘, 비트박스 세계 챔피언 윙이 각각 곡 ‘리더스’ ‘하트 브레이커’ 무대를 지드래곤과 함께 꾸몄지만, 별다른 소개 없이 무대를 내려가는 등 일부 연출이 공연 흐름상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드래곤은 분명 오랜만의 컴백 콘서트에 공을 많이 들인 듯했다. 그는 신곡 ‘파워’를 부르며 등장해 160분 동안 25곡으로 공연을 채웠다. 지난달 발매한 정규 3집 ‘위버맨쉬’의 수록곡을 포함해 빅뱅 정규 1집 솔로곡 ‘디스 러브’, 첫 솔로 미니앨범 ‘원 오브 어 카인드’ 등 데뷔 19년 차의 역사를 훑었다.
빨간 장미꽃으로 장식한 재킷, 천사 날개 달린 재킷 등 화려한 패션도 환호를 끌어냈다. 폭죽과 불기둥, 곡 ‘홈 스윗 홈’ 중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빅뱅 멤버 태양·대성, 드론 쇼 등 다양한 기술 효과도 볼거리를 선시헸다. 웅얼거리며 부끄럽게 말하다가도 노래를 시작하면 ‘힙합 스웨그’ 넘치는 무대 매너도 전성기 때처럼 빛났다.
그러나 공연이 진행될수록 음정이 불안정했고, ‘그 XX’ ‘삐딱하게’ 등 과거 히트곡 대부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랩 구간에서도 저음으로 긁는 소리만 계속 내더니 후반부엔 목이 째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막바지에 선보인 이번 활동 타이틀곡 ‘투 배드’에선 댄스 브레이크를 시도하다 넘어졌는데, 직후 멘트에서 “다리에 힘이 풀린다” “못 일어나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공연 매진 소감을 전하며 “올해 안에 한국에서 최대한 또 (공연을) 해보겠다. 근력 운동을 좀 더 하고 다리를 고정하든지 해서 많이 하겠다”는 너스레로 상황을 넘겼다.
길었던 공백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놔 공연 내용에 대한 아쉬움은 더 컸다. 그는 “사실 매년 컴백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진짜 처음 같다. 인제 와서 그 마음가짐을 느꼈다”며 “뭔가 보여주고 싶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광경(가득 찬 객석)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몇 년 동안 그려본 적 없었고 욕심 같았는데, 오늘 ‘꽃밭’(꽃 모양 응원봉을 든 팬들)이 아름답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정규 3집 콘셉트인 니체의 ‘위버맨쉬’(초인) 개념에 대해선 “사상이나 철학이 별 게 아니다. 예전 모습과는 당연히 다르겠지만, 현재 어떤 모습이든 계속 새롭게 뭔가를 보여주려는 저와 여러분의 오늘이 바로 위버맨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으만 표지 속 두 사람이 대칭적으로 마주보고 있는 그림에 대해 “위버맨시의 ‘U’를 형상화했다. 한쪽은 ‘하트 브레이크’ 때(2009년) 제 모습이고 다른 한쪽은 이번 앨범 만들며 촬영한 제 모습”이라며 “제 시작과 지금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진정성 담긴 의도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많은 숙제를 남겼다. 공연 말미에 본인이 “잘하는지 지켜봐 주고 못하면 눈치도 달라”고 말했는데, 팬 커뮤니티에는 가수의 목·체력 관리와 기획사의 공연 진행에 관한 개선점을 언급하는 글도 속속 올라왔다. 그는 이번 고양 콘서트에 이어 일본 도쿄돔, 필리핀 아레나 등 아시아 7개국 8개 도시의 대형 공연장 투어를 이어간다.
공연 다음 날인 30일 기획사 갤럭시코퍼레이션 측은 “29일 영하권으로 떨어진 추위와 오전부터 쏟아진 눈·비바람에 이어 오후 돌풍 등 기상악화 때문에 무대 장치 활용 관련 안전상의 이유로 취해진 조처였다”며 “오랜 시간 추위 속에서 공연을 기다려 주신 팬분들께 감사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 “지드래곤은 당일 오후 2시 사운드체크와 리허설을 포함해 종일 현장에서 날씨 추이를 지켜봤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