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137〉 상실의 그림자 영화 ‘섀도우랜드’에서 C S 루이스는 아내가 숨진 뒤 현실의 슬픔을 떨쳐내지 못하고 신앙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 사진 출처 네이버 포토 한시의 역사에서 아내의 죽음을 유독 가슴 저리게 읊었다고 평가받는 두 명의 시인이 있다. 한 명은 서진(西晉) 반악(潘岳)이고, 다른 한 명은 당나라 위응물(韋應物)이다. 위응물이 마흔 살쯤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연작시 중 한 수는 다음과 같다. 시는 16세에 시집와 36세에 세상을 뜬 부인 원(元)씨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사별 뒤의 애통함이 어미의 죽음조차 모른 채 장난치는 딸의 모습과 대비돼 비극성이 도드라진다. 청나라 심덕잠(沈德潛)은 “어린 딸의 놀이로 인해 시인 자신의 아픔이 배나 깊어진다(因幼女之戲, 而己之疼倍深)”고 설명했다. 리처드 애튼버러 감독의 ‘섀도우랜드’(1993년)에선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뒤 아들과 함께 애통해하는 주인공 C S 루이스의 모습이 나온다. 영화는 우리에게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알려진 루이스의 실제 사연을 담고 있다. 시인이 아내를 잊지 못해 19수의 도망시(悼亡詩·아내의 죽음을 애도한 시)를 썼던 것처럼, 루이스도 아내 조이를 잃은 뒤 겪은 비통함과 신앙에 대한 회의를 ‘헤아려 본 슬픔’이란 책으로 남긴 바 있다. 한시가 시인 자신과 천진난만한 딸의 대비를 통해 아내 잃은 상실감을 드러냈다면, 영화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의붓아들과 부둥켜안고 우는 장면에서 슬픔의 절정에 도달한다. 루이스는 현실을 진짜 세계의 ‘그림자’라고 썼지만(‘나니아 연대기’ 중 ‘마지막 전투’), 정작 아내의 죽음 앞에선 현실의 슬픔을 떨쳐내지 못하고 신앙에 대한 회의에 빠지게 된다. 시인 역시 아내를 좀체 잊지 못하고 간절한 그리움을 19수의 시에 켜켜이 담아 놓았다. “장례 치를 땐 오히려 허둥지둥 보내지만, 세월 지나면 비로소 이날 잊기 어려우리(卽事猶倉卒, 歲月始難忘).”(‘送終’), “꿈에서 문득 당신 본 듯하여, 놀라 일어나 다시 방 안을 서성인다네(夢想忽如睹, 驚起復徘徊).”(‘傷逝’) 같은 표현에서 시인의 바닥 모를 상실감이 드러난다. 한시와 영화 모두 아내 잃은 남편에게 드리워진 짙은 상실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그 슬픔은 결코 잊히지 않는 것이기에 견디며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야만 한다. 한시를 영화로 읊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이원주의 하늘속談 염...
Related
[사설]속속들이 무너진 경찰 시스템 보여준 실종 허위종결 사건
5 hours ago
6
[사설]“30년째 5억인 배우자 상속공제 고쳐야”… 지금도 늦다
5 hours ago
3
[사설]무안참사 책임 면하려 거짓 자료 배포한 국토부 공무원들
6 hours ago
4
저속 전송 ‘비둘기 메신저’ [횡설수설/신광영]
6 hours ago
2
[김형석 칼럼]정부는 ‘전쟁 없는 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가
6 hours ago
7
[오늘과 내일/정양환]‘쿨 재팬’의 허망한 퇴장
6 hours ago
4
[광화문에서/하정민]주요국 정치 뒤흔드는 ‘Gen-Z 사회주의’
6 hours ago
2
[고양이 눈]“천천히 피는 중입니다”
6 hours ago
3
Tips
click
Trending
Popular
"13세 아들 쇼츠 제한해요"…유튜브 임원 자녀교육법에 '깜짝'
4 weeks ago
66
"신천지는 빙산의 일각"…오염된 당원 명부에 멍든 정당 정치
4 weeks ago
64
[단독]“두더지 심기보다 사람 빼가기… 1명 가면 기업비밀 다 따라가”
4 weeks ago
62
‘1회 8득점’ 사자군단 화력 미쳤다!…‘선발 타자 전원 안타’ 삼성, KIA 3연전 기선제압
4 weeks ago
61
“애런 저지와 한 팀, 너무 기대돼” 이제는 ‘이정후 前 동료’ 라모스의 기대 [현장인터뷰]
3 weeks ago
60
임영웅, '차줌마' 차승원표 음식에 완밥.."최애 음식 바뀌었어"[산골총각 영웅][별별 TV]
3 weeks ago
58
이청용에게 ‘선수 폭행 논란’ 신태용 중징계를 묻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3 weeks ago
58
MiniMax H3, ComfyUI 출시 당일 지원 — 오픈 가중치·네이티브 오디오·2K 영상
3 weeks ago
57
이란 페제시키안 대통령 “지금 최고지도자와 소통 매우 어려워”
2 weeks ago
56
© Clint's Theme Park 2026. All rights are reserved

3 weeks ago
23
![[사설]속속들이 무너진 경찰 시스템 보여준 실종 허위종결 사건](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8/26/134549369.1.jpg)
![[사설]“30년째 5억인 배우자 상속공제 고쳐야”… 지금도 늦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8/26/134544456.1.jpg)
![[사설]무안참사 책임 면하려 거짓 자료 배포한 국토부 공무원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8/26/134552722.1.jpg)
![저속 전송 ‘비둘기 메신저’ [횡설수설/신광영]](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8/26/134552712.1.png)
![[김형석 칼럼]정부는 ‘전쟁 없는 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가](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8/26/134552684.1.png)
![[오늘과 내일/정양환]‘쿨 재팬’의 허망한 퇴장](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8/26/134552723.1.png)
![[광화문에서/하정민]주요국 정치 뒤흔드는 ‘Gen-Z 사회주의’](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8/26/134552644.1.png)
![[고양이 눈]“천천히 피는 중입니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8/26/134550530.4.jpg)


![“창원 더위가 그대로 서울로…” 3연속경기 폭염취소 경험한 NC 불펜투수 김진호도 혀를 내둘렀다 [SD 잠실 리포트]](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26/08/04/134419674.1.jpg)
![[단독]“두더지 심기보다 사람 빼가기… 1명 가면 기업비밀 다 따라가”](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7/28/134376147.1.jpg)

![“애런 저지와 한 팀, 너무 기대돼” 이제는 ‘이정후 前 동료’ 라모스의 기대 [현장인터뷰]](https://pimg.mk.co.kr/news/cms/202608/04/news-p.v1.20260804.c6e84263ab564a53b34866c4f37f2d1c_R.jpg)
![임영웅, '차줌마' 차승원표 음식에 완밥.."최애 음식 바뀌었어"[산골총각 영웅][별별 TV]](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8/2026080421455216993_1.jpg)
![이청용에게 ‘선수 폭행 논란’ 신태용 중징계를 묻다 [이근승의 믹스트존]](https://pimg.mk.co.kr/news/cms/202608/03/news-p.v1.20260803.e7c2d8b3866744b4bb902bc17e5fc7b3_R.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