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관세에 돌아선 日민심 … 이시바 '추가연정' 돌파구 찾나

4 hours ago 1

日참의원 선거 여당 참패
여당 과반 50석 확보 빨간불
역대최소 의석수 기록할수도
18년만에 참의원 '여소야대'
이시바, 재임후 세차례 연패
책임론 불구 연임 의지 피력
'日 퍼스트' 앞세운 극우정당
집권당에 실망한 민심 흡수

거취 묻는 질문에 즉답 피하는 이시바 참의원 선거가 마무리된 20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거취를 묻는 질문에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책임 여부에 대한 답변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지지통신AFP연합뉴스

거취 묻는 질문에 즉답 피하는 이시바 참의원 선거가 마무리된 20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거취를 묻는 질문에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책임 여부에 대한 답변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지지통신AF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심판은 준엄했다.

고물가와 부패·비자금 스캔들, 미·일 관세협상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정권에 뼈아픈 일침을 놓은 것이다. 중의원(하원)에 이어 참의원(상원)까지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당분간 일본 정계는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연립여당이 참의원에서 '여소야대'가 된 것은 2007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참의원 1당을 야당인 민주당에 내준 아베 신조 1차 내각은 조기 퇴진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이어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내각이 들어섰지만 모두 단명에 그쳤고, 2009년 중의원 선거에 자민당이 대패하면서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2012년 이를 되찾았지만 최근의 잇따른 선거 패배로 자민당 정권은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

20일 NHK 등 현지 언론은 출구조사를 통해 125명을 뽑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공명 연합 의석수를 32~51석으로 예상했다. 직전 의석수인 66석에 못 미칠 뿐 아니라 과반 의석수에 필요한 50석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자민당 단독으로는 27~41석의 저조한 결과가 예상됐다.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역대 최저 의석수는 1989년의 36석이다. 이번에 역대 최악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참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정원인 248명의 절반을 3년마다 뽑는다. 이번 선거에서는 결원 1명을 포함해 125명을 지역구와 비례대표 등의 방식으로 선출했다.

사진설명

아사히신문은 "두 배 오른 쌀값과 매달 3% 가까이 상승하는 물가 등에 지친 일본 국민이 여당을 외면한 결과"라며 "고물가 대책으로 국민은 지원금보다 세금 인하를 원했는데 자민당은 이를 철저히 모른 척했다"고 지적했다.

선거 후반에 경제 불만과 결합한 외국인 문제가 이슈가 됐는데 자민당이 여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를 파고든 신생 정당 참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반면 자민당은 여기서 주도권을 놓쳤다.

참정당은 기존 1석에서 이번에 크게 도약하며 10~22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석 이상을 확보하면 의회에서 단독으로 법안 제출이 가능해진다.

미·일 관세협상을 둘러싼 여러 불협화음도 국민의 불만을 키웠다. 이시바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진행한 첫 정상회담에서 '아부의 기술'이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환심을 사려 노력했고, 미국 행정부에서 관세를 부과한 후 7차례에 걸쳐 각료급 협상을 실시했지만 아무런 실적을 못 낸 것이다.

되려 방위비 인상 압력에 시달리는 가운데 일본 국민이 민감해하는 농산물 추가 개방마저 거론되는 분위기로 이어지자 내각에 대한 불신은 커지기만 했다. 결국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최저인 20%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중의원, 지난달 도쿄도 의회, 이번 참의원까지 총리 재임 기간 중 진행된 3번의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이시바 내각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일단 일본 정계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당분간 총리직을 수행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총리는 참의원이 아니라 중의원에서 뽑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졌다고 해도 이시바 총리가 자리를 내놓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다음달 1일 발효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의 계속성을 위해 내각 유지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또 유럽연합(EU)과도 오는 23일 일본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산케이신문은 이시바 내각 관계자를 인용해 "총리는 그만두지 않는다"며 "관세협상 중에 퇴진하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것으로 누가 무책임하게 그만두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치권이 '국난'으로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 관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 직후 미·일 정상의 전화 통화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총리가 즉각 퇴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민당이 중·참의원에서 모두 소수 여당이 된 것도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차기 총리를 뽑기 위해 자민당은 총재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더라도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의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자민당 내에서는 추가 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추가 연정의 대상으로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을 언급했다. 연정을 하면 모든 정책에 대한 이념이 기본적으로 같아야 하고 후보자 단일화 등 선거구 조정도 필요해 쉽지는 않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 내 '킹메이커'들이 이시바 끌어내기에 나설 수도 있다. 의원총회를 열어 퇴진을 압박한다는 시나리오다. 파벌이 해체된 자민당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파벌을 유지하고 있는 아소 다로 전 총리는 투표 직후 "재임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민당 내 강경파들도 "중·참의원 선거에서 모두 졌으니 민의를 받아들여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당이 모여서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정권 교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헌법 규정에 따라 총리는 10일 이내에 중의원을 해산할 것인지, 아니면 내각이 총사퇴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내각 불신임안을 단독으로 낼 수 있는 것은 입헌민주당뿐이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