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같은 훈련의 힘[임용한의 전쟁사]〈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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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미국 해병대는 상당수가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자인 예비역 해병들을 보충병으로 받았다. 참전자라고 다 전투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 중 즉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이의 자격 요건은 예비군 요원으로 2년간 복무했고, 하계입영훈련 1차와 72차 훈련을 받은 병사였다.

예비군이라면 다들 기본훈련을 이수하고 군 생활을 한 병사들이었고, 보충병력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로 전투에 투입하면 무참한 희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아도 첫 실전은 어렵다. 전쟁사를 보면 훗날 전쟁 영웅이 된 이도, 강훈련을 통과한 최정예 부대도 첫 전투에서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그날 한 번의 실수만 아니었더라면 훌륭한 전사이자 존경받는 사회인이 됐을 병사들이 허무하게 생명을 잃었다.

이 희생률을 낮출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전뿐이다. 운 좋게 상대적으로 약한 적을 만나거나, 초반에 작은 규모의 전투를 거치며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모의교전(마일스·MILES) 장비 덕분에 실전에 가까운 훈련이 가능해졌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 이스라엘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훈련장이 부족한 데 있다. 지역별·사단별 과학화훈련장을 확충하자는 계획은 실행이 더디다. 비용 때문도 아니다.

과학화전투훈련은 단지 전투력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병사들이 군 생활을 힘들고 소모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훈련과 일상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해서다. 실전과 같은 훈련은 이러한 괴리를 줄여준다. 실제로 과학화전투훈련을 경험한 부대에서는 병사들의 눈빛도, 생활 태도도 다르다. 이른바 ‘문제 병사’가 달라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게 진정한 군 개혁이다. 할 수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것은 한계 탓이지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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