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두 집 살림’[횡설수설/김준일]

1 week ago 19

2011년 토지주택연구원은 우리나라가 10년 뒤 3만∼4만 달러 소득을 올릴 것으로 가정해 주거 변화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펴낸 적이 있다. 이 보고서는 ‘따로 함께 사는 부부’(LAT·Living Apart Together) 등의 출현으로 집을 한 채 더 사는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속받기 싫어서’ ‘이미 거주하던 집이 있어서’ ‘생활 패턴이 달라서’ 등 LAT족이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미국 영국 등 서구권 나라들에서 널리 퍼져 있던 이런 생활방식이 우리에게도 곧 올 거라고 봤다. ▷보고서의 예측대로 소득 3만∼4만 달러가 된 지금, 이 LAT족을 우리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신혼부부(결혼 기간 5년 미만) 중 12.2%는 여기에 해당했다. 8쌍 중 1쌍이 혼인신고를 했지만 따로 사는 비동거 부부였던 것이다. 이 수치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해 오르고 있다. 가족을 밥을 같이 먹는 사이라는 식구(食口)로 표현할 정도로 부부라면 한집에 살아야 한다는 관념이 강한 우리 인식에 변화가 생긴 걸까. ▷신혼부부들이 LAT족을 택한 이유를 들어보면 그 내용이 서글프다. 일부 신혼부부들은 결혼해 바로 들어갈 신혼집을 마련하는 대신 원래 살던 곳에서 돈부터 모아 나가고 있다고 한다. 집값이 감당이 안 돼서다. 이 과정에서 ‘캥거루족 신혼부부’도 생겨나고 있다. 부모 집에 각자 얹혀살며 돈을 모을 때까지 ‘생이별’한다고 한다. 15년 전 예측에선 LAT족이 새로운 주택 수요를 만들어 줄 거라 생각했건만, 현실에선 ‘퍼스트하우스’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LAT족이 되는 것이다. ▷집값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건가 싶다.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KB부동산 기준)은 처음으로 16억 원을 넘어섰다. 중위 매매가도 13억 원에 육박한다. 평균 초혼 연령 나이대인 30∼34세 중위소득은 4000만 원 수준이다.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을 모아야 서울에 집 한 채를 산다는 정부 통계가 틀리지 않는다. 전월세는 또 어떤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7억 원을 돌파했고, 월세는 160만 원이 넘는다. ▷집값 비싼 홍콩에서도 2015년 ‘혼후분거(婚後分居·결혼 후에도 따로 거주)’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를 청년 세대가 높은 집값에 적응하느라 생긴 기형적 결과물이라고 진단했다. 홍콩에선 늘어나는 혼후분거가 신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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