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없는 AI도 돈을 쓴다...디지털 지갑 시대의 도래[엠블록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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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없는 AI도 돈을 쓴다...디지털 지갑 시대의 도래[엠블록레터]

입력 : 2026.04.0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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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를 둘러싼 결제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최근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가 만든 블록체인 ‘템포(Tempo)’가 정식 가동을 시작하며 AI 전용 결제 시스템을 선보였고, 코인베이스 CEO는 “곧 사람보다 AI가 더 많은 결제를 하게 될 것”이라며 AI 전용 지갑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난주, 카카오페이가 국내 결제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AI 결제 표준인 ‘x402 재단’의 창립 멤버로 합류하면서, 이 흐름이 더 이상 해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왜 갑자기 AI에게 지갑이 필요한 걸까요? 오늘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AI와 블록체인이 만나면 우리의 돈 쓰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AI는 뭐든 할 수 있지만, 돈만 못 쓴다

AI 에이전트란 사람의 지시를 받아 알아서 일을 처리하는 AI 프로그램입니다. 챗GPT 같은 AI가 “물어보면 답해주는” 비서라면, 에이전트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가격을 비교하고, 장바구니에 담는 것까지 혼자 해냅니다.

그런데 딱 하나 못 하는 게 있습니다. 돈을 내는 것입니다. 쿠팡에서 AI가 최저가를 찾아줘도 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건 제가 직접 해야하죠. AI가 직접 결제하려면 금융 시스템이 필요한데, 기존 은행은 사람이 쓴다는 전제 위에 설계되어 있습니다. AI는 신분증이 없으니 계좌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 해법 : 빅테크 방식 vs 블록체인 방식

첫 번째는 빅테크 방식입니다. 구글은 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AP2)을 발표했고,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자체 AI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원리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와 비슷합니다. 이미 등록된 카드 정보를 활용해 AI가 대신 결제하는 구조입니다. 편리하지만, 각 플랫폼의 파트너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블록체인 방식입니다. 신분증 없이 디지털 지갑 하나면 바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고, 24시간 작동하며, 중간중개자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로 “하루 최대 10만 원까지만 써” 같은 규칙도 미리 정해둘 수 있어 AI에게 안성맞춤입니다.

대표적인 게 코인베이스의 x402 프로토콜입니다. 우리가 웹에서 “404 Not Found(페이지 없음)” 에러를 본 적 있죠? x402는 비슷한 HTTP 코드인 “402 Payment Required(결제 필요)”를 활용한 겁니다. AI가 서비스에 접근하면 서버가 가격을 응답하고, 예산 범위 안이면 스테이블코인(달러와 1:1로 연동되는 디지털 화폐)으로 자동 결제합니다. 사람 개입 없이 몇 초면 끝나고 가맹점 제한도 없습니다. 누적 거래 건수는 이미 5천만 건을 넘었고, 스트라이프의 템포도 유사한 프로토콜을 도입하며 빠르게 확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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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를 포함한 빅테크 기업들이 참여한 x402 재단 < 출처 : 매경DB >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진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 2일 리눅스 재단 주도로 출범한 x402 재단에는 코인베이스뿐 아니라 구글, 비자, 마스터카드,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가 대거 참여했습니다. 블록체인에서 시작된 프로토콜을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오픈소스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카카오페이가 국내 결제사 중 유일하게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린 것도 이 맥락입니다.

결국 “빅테크냐, 블록체인이냐”라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 양쪽이 하나의 표준 아래 합쳐지는 흐름이 시작된 셈입니다.

AI가 돈을 쓰는 시대, 어디까지 왔나

마스터카드가 스테이블코인 스타트업을 약 2조6천억 원에 인수했고, 한국에서도 안랩블록체인컴퍼니가 AI 전용 지갑을 개발하고, 카카오페이가 글로벌 표준 논의에 참여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숙제도 있습니다. AI가 잘못 판단해서 엉뚱한 곳에 돈을 보내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보안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빅테크와 블록체인이 같은 테이블에 앉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이 변화가 실험이 아닌 현실로 넘어왔다는 신호이겠죠.

AI가 돈을 쓰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 판을 누가, 어떻게 짜느냐가 지금 결정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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