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제 무너뜨린 대포, 장인 몰아낸 방적기 … 역사를 바꾼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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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 신분제 무너뜨린 대포, 장인 몰아낸 방적기 … 역사를 바꾼 도구 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신무연 지음, 다산초당 펴냄, 2만2000원 역사의 주인공은 흔히 왕과 영웅, 국가와 제국으로 기록된다. 그들이 권력을 얻고 잃게 만든 힘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신간 '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는 그 배후에 '도구'가 있었다고 말한다. 책은 인류가 불을 다루기 시작한 때부터 인공지능(AI)을 개발한 오늘날까지, 문명의 방향을 바꾼 50가지 발명을 따라가며 40만년에 걸친 권력 이동의 역사를 도구를 통해 새롭게 읽어낸다. 고대에서부터 도구는 인류 역사를 좌지우지했다. 쟁기의 발명을 계기로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이동하며 토지를 축적하고 상속할 수 있게 되면서 사유재산과 계급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해 준 문자와 점토판은 지식을 소수에게 집중시켰고, 대포는 성벽에 의지하던 봉건 영주의 시대를 무너뜨리며 절대왕정 시대를 열었다. 방적기는 장인의 일감을 공장으로 옮겨 공장주를 새로운 부의 주인으로 만들었고, 전신은 메시지를 인간보다 빠르게 전달함으로써 정보의 속도를 권력으로 바꾸었다. 근대로 들어서면서 기술과 권력의 결합은 더욱 끈끈해졌다. 인공 질소 합성법인 하버·보슈법은 비료를 대량 생산해 식량 문제를 완화했지만 동시에 화약의 원료를 제공해 전쟁을 일으키는 데 쓰였다. 라디오는 한 사회를 결속하는 소통 수단이면서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적 무기가 됐다. 컨테이너와 반도체, 스마트폰, 소셜미디어는 세계를 긴밀하게 연결했으나 그로 인한 이득은 골고루 퍼지지 않고 연결망의 길목을 장악한 특정 기업과 국가에 집중됐다. 도구는 누구에게나 같은 결과를 주는 중립적인 물건이 아니라, 누가 소유하고 표준과 규칙을 정하느냐에 따라 부와 영향력의 흐름을 바꾸는 장치인 셈이다. 저자는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한 뒤 변리사가 된 이력을 갖췄다. 현재 특허법인의 대표변리사로 활동하는 그는 도구의 탄생뿐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특허와 독점, 개인·기업·국가의 이해관계까지 함께 살핀다. 특히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로봇과 유전자 가위, AI는 저자의 질문을 현재로 끌어온다. 손과 발을 대신하던 도구가 이제 기억과 판단을 넘어 인간의 몸과 생명까지 설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저자는 새로운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것을 누가 차지하고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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