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지진 참사 현지 르포
교량-도로 끊겨 구호품 전달 못해
중장비 없어 밧줄-삽 구조 안간힘… 최소 2056명 사망, 여진 공포 여전
방콕선 열화상 드론-탐지견 등장… “생명 징후 포착” 생존자 발견 기대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 최대 도시 양곤에서 한국어 교육기관 ‘코미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유성 원장이 3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김 원장은 지난달 28일 규모 7.7의 강진이 만달레이를 강타할 때 양곤에 머물고 있어 화를 피했다. 하지만 만달레이에 있던 학생 상당수의 생사를 알 수 없다며 “지금 미얀마에선 가족, 이웃, 친구, 친척 중 누군가가 사망했거나 연락이 끊겨서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랜 내전과 취약한 인프라로 구조 작업이나 구호품 전달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향후 수습이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 시체 부패 냄새 진동하는 미얀마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 정권은 31일 기준 사망자는 2056명, 부상자는 39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또 270여 명이 실종된 상태다. 이날 오후에도 규모 5.1의 강한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 공포 또한 여전하다.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제대로 된 중장비도 없이 낮 최고기온 41도에 이르는 폭염 속에서 밧줄과 삽으로 잔해를 치우고 있다. 현지 매체 만달레이프리프레스는 “시신 수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곳곳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의 정보 통제와 통신 두절 때문에 구호 활동이 큰 제약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제 사회의 원조품이 도달해도 군부가 이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어 피해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될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군부가 자신들과 싸우고 있는 반군 지역에는 구호품을 안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방콕선 다양한 장비 투입으로 생존자 발견 기대
미얀마보다 경제 상황이 좋고, 상대적으로 인프라도 잘 갖춰진 태국에서는 지진에 따른 건물 붕괴 현장에서 생존자 수색이 한창이다. 31일 오전 8시경 방콕 짜뚜짝 시장 맞은편의 ‘감사원 건물’ 붕괴 현장에서 만난 브알라파 차마옹 씨는 “참사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이곳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평소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이곳에는 동트기 전 새벽부터 브알라파 씨 같은 민간 봉사자들이 대거 모였다. 푸드트럭을 끌고 온 한 시민은 무더위에 지친 구조대원들에게 시원한 커피를, 노점상 주인들은 기력을 잃어가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갓 끓인 쌀국수를 능숙한 손놀림으로 나눠줬다.
태국 당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방콕에서만 최소 18명이 숨졌다. 특히 이 공사 현장에서 11명이 사망했다. 최소 78명인 실종자 중 상당수는 이곳에서 일하던 미얀마 출신 건설 노동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일부 자원봉사자들은 미얀마인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통역에 나섰다. 한 봉사자는 “우리보다 미얀마인들의 슬픔과 충격이 훨씬 클 것”이라며 “그들을 위로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구조대는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지진 발생 후 72시간 넘게 사투를 벌이고 있다. 현장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기(드론), 탐지견 등까지 등장해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찻찻 시티판 방콕 시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건물 붕괴 현장에서 일부 생명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아직 생존자를 발견할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 구조대원 또한 기자에게 “기계 장비 투입으로 구조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생존자가 분명 있을 테니 다들 힘을 내자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곤·방콕=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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