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보다 더 안 좋다”는 아우성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는 물론 노장년층과 청년층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에 따라 기업 가동률이 하락하고 자영업도 빈사 상태다. 여기에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까지 겹쳐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 내 50인 미만 기업의 가동률은 69.6%로 추락해 2020년 코로나19 직격탄 이후 처음으로 70% 선이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저가 밀어내기 수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폐업자가 100만 명에 달했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도·소매업에서 3만5000명, 음식·숙박업에서 1만1000명의 고용이 줄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과도하게 인상된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 주휴수당 등으로 대부분 일자리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한 정책은 여전히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고 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한 건설업은 완전히 붕괴 상황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총 109곳으로 집계됐다. 제조업에서도 신규 고용이 줄어드는 등 고용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백수가 12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관세폭탄 파장은 메가톤급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등 주요 산업이 위기권이다. 미국이 25% 관세를 매기면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18.59%, 철강 수출이 11.47% 감소하는 등 전체 수출이 10~15%가량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데도 6월 치르는 대선까지는 정부 차원의 대미 협상 등 대응책을 실기(失機)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는 지금 사면초가다. 돌파를 위한 정책과 구조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일 4대 그룹 회장을 초청해 제1차 ‘경제안보전략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규제 완화·개편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현대자동차의 31조원 미국 추가 투자 등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의 일자리가 문제다. 미국 투자 증가에 발맞춰 한국 부품소재 산업에 낙수효과가 있도록 세밀한 대미 통상 전략과 설득이 필요하다. 미국 천연가스, 무기 수입과 군함의 한국 유지보수는 물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연계한 패키지 딜 등 대미 통상정책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세이프가드 조항 적용 검토 등 한국 중소기업 고사를 초래하는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에 대응한 대책도 필요하다.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한다는 신념 아래, 획기적인 규제 혁파를 단행해야 한다. 우선 반도체산업의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투자를 옭아매는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도 필요하다.
아울러 강성 노조의 파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노동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높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수입을 중단할 수 없는 혁신 상품 개발이 중요하다. 금융 등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의 조속한 통과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