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분열 부추기는 '역선택'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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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분열 부추기는 '역선택' 음모론

분열의 정치,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정치 양극화 심화의 결과이자 원인은 2022년 이후 거대 양당이 경선룰로 채택한 역선택(adverse selection) 배제와 연결된다.

거대 양당은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당원 참여 비중을 50% 반영하고, 나머지 50%인 일반 여론조사에서 상대 ‘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배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양당은 이런 여론조사를 ‘국민참여 여론조사’니 ‘국민여론조사’니 하며 말장난하고 있다. 그 결과 양당의 경선은 모두 희화화돼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한쪽은 후보 한 명이 90%의 공산당식 지지를 받은 경선으로, 다른 쪽은 모든 후보가 전체 국민의 지지율이 10% 미만인 마이너리그로 폄하돼 추가 단일화 경선을 하니 마니 하고 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역선택이라는 용어는 정의 자체가 모호하고,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방지가 불가능한 음모론에 근거한 용어라는 점이다.

정치의 영역에서 역선택이란 상대 당의 유력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여론조사에 거짓으로 합류해 표결하는 의도성을 가진 투표 교란 행위를 지칭한다. 그러나 이 투표 교란 행위는 실행될 가능성이 너무 낮고 실행하고자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전국 유권자는 4600만 명 정도이고, 거기서 1000명 정도가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한다면 선택될 확률은 0.002%에 불과하다. 누가 할 일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속일 준비를 하고 며칠 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있겠는가.

또한 이런 낮은 가능성과 더불어 실제 경선투표 과정에서 거짓을 행할 비양심적 의도성이 있다면 지지 정당을 고의로 속이고 참여하는 비양심은 막을 방법이 없다.

이뿐만 아니라 역선택과 흔히 착각되는 교차투표(crossover voting)와 분리투표(split-ticket voting)가 있다. 이들은 역선택과 달리 외국에서도 실제로 존재하고 언급되는 투표 행위다. 이런 경우를 역선택이라고 금지하면 오히려 국민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빼앗은 결과를 초래한다.

교차투표와 분리투표는 대체로 당 지지와 후보자 지지를 달리 투표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다. 더불어 분리투표는 선거 또는 투표마다 지지 정당을 전략적으로 바꾸거나, 같은 선거에서 상위선거와 하위선거의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달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사례로는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시내 25개 구는 물론 426개 행정동에서 모두 이겨 당선됐지만, 서울의 24개 구청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15개, 더불어민주당이 9개를 차지했다. 이는 광역단체장과 같은 당 소속인 기초단체장에게 표를 몰아주는 이른바 ‘일렬투표’ 대신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인물을 보고 ‘분리투표’를 했다는 의미다.

또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서울 서초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조은희 국민의힘 후보는 72.7%를 득표했지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윤석열 후보는 66.4%를 득표해 두 사람 간 득표율 차이가 6%포인트 넘었다. 이 분리투표 결과를 근거로 일부 부정선거론자는 일렬투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20대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자행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실체도 없는 역선택을 믿는 심리는 음모론을 신봉하는 태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이는 부정선거론과 맞닿아 있다. 포용성과 확장성을 포기하고 지지층만 바라보는 태도는 국민의 극단적 분열을 초래하는 만큼 역선택이라는 허상의 음모론은 이제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라도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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