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관세 폭풍' 돌파구, 美 공공조달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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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관세 폭풍' 돌파구, 美 공공조달 시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기반의 자유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 상위 10개국 중 하나인 한국도 예외 없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WTO 제소나 보복 관세 등 대응책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이처럼 불리한 여건에서도 한국산 제품을 향한 미국의 관세 정책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한국 기업이 참여할 적법한 우회로가 있다. 바로 7546억달러(2024 회계연도 기준) 규모의 미국 연방정부 공공조달 시장이다.

한국은 1997년 가입한 WTO 정부조달협정(GPA)과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미국과 비관세 무역을 해왔다. 그럼에도 미국이 한국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반도체 등 민수 시장의 무역적자 때문이다. 하지만 양국 간 공공조달 무역수지는 미국산 무기 도입 사업 등으로 한국이 오히려 11조원 이상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논리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영역이다.

한국 기업의 미국 공공조달 사업 참여는 미 연방조달규정(FAR)의 무역협정법(TAA)에 근거한다. 한국은 TAA 지정국이어서 한국산 제품은 미국 연방조달 사업에 참여할 때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한·미 FTA에도 공공조달 상호 무관세 적용 원칙이 명시돼 있다. 한국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공공조달 시장의 관세 면제 여부를 다룬 직접적인 표현이 없어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다만 공공조달에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를 돌파할 해결책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다. 관세의 기준인 미국 국경을 통과하지 않는 시장, 즉 연방 국외조달 시장이 바로 그 대안이다. 연방 국외조달 시장은 미국의 해외 정부기관 및 군부대로 배송되는 조달 계약이다. 2024 회계연도 기준 미국 연방정부 전체 조달금액 중 약 5%인 339억달러가 미국 밖에서 이뤄졌다.

대미 연방조달 분야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일본은 GPA 참여국이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공공조달 시장에서 무관세를 주장할 법적 근거가 한국보다 약하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국외조달 계약을 수행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2024회계연도에 해외에서 수행한 조달의 약 15%인 60억달러가 일본에서 이뤄졌다. 한국은 약 5%인 19억달러다. 한국이 가진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한국 기업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잠재 시장이다.

정책 변화에 따라 잠재적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미국 내 조달시장과 비관세 대상인 미국 밖 조달시장 틀에서 한국 기업이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조달시장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런 기회를 한국 기업이 실질적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미국 정부와의 FTA 협상에서 공공사업 분야 무역적자를 근거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연방정부 조달의 무관세 적용을 이끌어내야 한다. 둘째로 한국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발주기관, 권역별 조달 정보를 포함한 미국 연방정부 조달 관련 백서를 발간해 조달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다양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장기적인 계약과 채권이 확보되는 미국 공공조달 시장에 적극 진출해 지속 가능한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변곡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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