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빙하가 붕괴하면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 한 마을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BBC 등은 스위스 남부 발레주의 비리흐 빙하가 무너지면서 약 300명이 거주하는 블라텐 마을을 덮쳐 마을의 90%가 매몰됐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알프스산맥 빙하의 거대한 일부가 붕괴하는 장면이 드론 영상에 포착됐고, 영상에는 빙하에서 떨어진 얼음 조각과 막대한 양의 바위, 토사가 블라텐 마을로 한꺼번에 쏟아지는 장면이 담겼다.
다행히 산사태 경보 시스템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지난 19일 미리 대피하면서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64세 남성 1명이 실종됐다.
발레주 경찰 당국이 헬기와 열화상 카메라가 탑재된 드론 등을 동원해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일부 알프스 산간 마을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기후 변화로 빙하가 더 빠르게 녹고 있고,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도 녹으면서 지반이 점차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2017년에도 스위스 동남부 본도 마을에 100년 만에 가장 큰 산사태가 발생해 8명이 숨지고 많은 가옥이 파괴됐다.
스위스 동부의 작은 산간마을 브리엔츠 역시 2년 전 산사태 위험으로 주민들이 대피했고, 이후 짧은 기간만 제한적으로 거주가 허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100년 이내에 알프스의 빙하가 모두 녹아 사라질 수 있으며, 이는 블라텐과 같은 산간마을을 더욱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티아스 벨발트 블라텐 시장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도 "우리는 마을을 잃었지만, 마음까지 잃지는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지지하고 위로하며 이겨낼 것"이라고 재건 의지를 내비쳤다.
스위스 정부는 블라텐 주민들이 마을로 돌아갈 수 없더라도 최소한 인근 지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