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숏폼 보느라 정신 못차려”… 청소년 5명중 1명 ‘과의존 위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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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도움 필요 ‘위험군’ 매년 증가
자극적 숏폼 확산이 중독 부추겨

“공부하는 아들에게 쉬는 시간을 좀 주면 ‘숏폼’(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콘텐츠) 보느라 정신이 없어요.”

경기 고양시에서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키우는 이모 씨(43)는 “아들이 엄지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화면을 내린다”며 “제지하지 않으면 1시간 동안 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씨 자녀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온라인에 과도하게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청소년이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중독 학생이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4월부터 지난달 9일까지 전국 초중고생 123만4587명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조사를 실시한 결과 21만3243명(17.3%)이 온라인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온라인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조사 대상 123만9137명 중 22만1029명(17.7%)으로 다소 높았다. 여가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찾고,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09년부터 매년 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게 중독된 학생은 증가세다. 과의존 위험군은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위험사용자군’과 주의가 필요한 ‘주의사용자군’으로 나뉘는데, 위험사용자군이 증가한 것이다. 인터넷 위험사용자군은 2023년 1만6490명, 2024년 1만7305명에서 올해 1만7525명으로 증가했다. 스마트폰 위험사용자군도 2023년 1만4766명, 지난해 1만4408명, 올해 1만4815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온라인 중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로 숏폼 콘텐츠 확산을 꼽았다. 긴 시간 동안 시청해야 하는 ‘롱폼’ 콘텐츠와 달리 숏폼은 순간적으로 시청하고 맥락이 삭제된 자극적인 정보를 수용할 때가 많아 중독성이 더 크다. 이태엽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숏폼 중독에 청소년이 어른보다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긴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게 되면서 주의력이 짧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년별 온라인 과의존 위험군은 중학생 8만5487명, 고교생 7만527명, 초등학생 5만7229명으로 중학생이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남성 청소년(11만6414명)이 여성 청소년(9만6829명)보다 많았다.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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