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21일 공개
‘부산행’ ‘지옥’의 연상호 감독 작품
“판타지 최대한 배제한 심리 스릴러”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한밤의 깊은 산속. 전과자 ‘권양래’(신민재)는 자신을 몰래 뒤쫓아온 목사 ‘성민찬’(류준열)을 발견하고 날카롭게 묻는다. 민찬은 양래가 자신의 아들을 납치했다고 확신하는 상황. 민찬이 “내 아들 어딨냐”며 양래를 거칠게 추궁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
격렬한 몸싸움 끝에 양래는 바위에 머리를 부딪히고 쓰러진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주위를 둘러보던 민찬의 시선이 커다란 바위에 머문다. 빗물과 번갯불이 교차하며 만들어 낸 형상은 마치 예수의 얼굴처럼 보인다. 순간 죄책감을 덜어낸 듯, 민찬은 속삭인다.
“이건 (신의) 계시야.”2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성민찬과 권양래, 형사 이연희(신현빈)가 얽히며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국내에서 좀비물이란 낯선 장르로 1157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2016년)의 연상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 ‘그래비티’(2013년)와 ‘로마’(2018년)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거장 알폰소 쿠아론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작품의 핵심은 맹목적 신앙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다. 영화 속 목회자들은 겉으로는 개척 교회를 운영하는 삶에 자부심을 보이지만, 실상은 신도 모집에 집착한다. 민찬은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믿으며 사적 보복을 정당화한다. 연 감독은 18일 제작보고회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물들이 겪는 파멸과 구원의 이야기”라며 “판타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적인 톤과 연기로 내밀한 심리 스릴러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숨 가쁘게 몰아치는 전개와 인물들의 팽팽한 심리전 덕에 긴장감이 넘친다. 종말론적 세계관과 염세적인 시각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면서도, 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법한 이야기로 설득력을 더했다. 이른바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의 확장 가능성이 물씬하다. 다만 신의 심판을 내세우며 세력을 확장하는 종교단체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021년·2024년)에 이어 또다시 종교적 소재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다소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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