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통 수박을 골라 담던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여름 장바구니의 핵심 상품으로 껍질을 깎아내고 한입 크기로 썰어낸 조각 과일이나 소용량 손질 과일이 부상했다.
8일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에 따르면, 껍질과 씨를 제거해 소용량으로 포장한 '간편과일' 카테고리의 6월 한 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전 달인 5월과 비교해도 41% 늘어난 규모다. 특히 수박의 변화가 가파르다. 컬리가 올해 '껍질 없는 반통 수박', '조각 흑미수박' 등 품종과 용량을 다양화해 내놓은 조각 수박의 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 급증했다.
이 같은 손질 과일 선호 현상은 유통 채널 전반에서 확인된다. 롯데마트의 6월 조각 수박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1.9% 증가했고 컷팅멜론(52.6%), 컷팅감귤(146.9%) 등 손질 과일 매출이 일제히 뛰었다. SSG닷컴 역시 지난달 조각 과일을 포함한 '편이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으며, 이마트의 올해 1~5월 조각 수박 매출도 55% 증가했다.
원물 과일보다 단가가 높음에도 조각 과일을 찾는 이유는 편의성과 실질 비용 때문이다. 이동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것은 물론, 가구 분화와 맞물려 취식 후 발생하는 다량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과 수고를 아끼겠다는 취지다.
수요가 몰리자 유통업계는 규격화된 상품 판매를 넘어 현장 맞춤형 서비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수박을 반으로 자른 뒤 핵심 번거로움인 껍질만 제거해 수박 모양 전용 용기에 담은 '껍질 없는 반통 수박'을 배치했다. 신선도는 유지하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식이다. 롯데마트와 제타플렉스는 사과, 멜론, 파인애플 등을 200g부터 800g까지 세분화해 소포장 도시락 형태로 매대에 올렸다.
오프라인 공간의 강점을 활용해 즉석 가공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곳도 있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은 매장에서 구매한 과일과 채소를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즉석에서 손질해주는 '프레시 테이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결제를 마친 원물을 가져가면 세척부터 껍질 제거, 깍둑썰기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다회용기나 고객이 지참한 용기에 포장해 줘 가구별 취식 편의성을 높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1인 가구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구와 고령층까지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식재료 폐기를 최소화하려는 성향이 짙어졌다"며 "과거 유통 채널들이 대용량 할인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1인분 장보기에 최적화된 소용량·손질 상품 기획력이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의 새로운 본업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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