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속 불소, 아동 IQ 낮춘다”…美서 논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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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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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속 불소에 많이 노출되면 아동의 지능지수(IQ)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불소의 영향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

지난 6일 미국의학협회저널 ‘JAMA 소아과학’에 발표된 카일라 테일러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 보건연구원 연구팀에 따르면 충치를 예방하는 성분인 불소가 지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돗물 불소화 수준이 높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기존 연구들의 불소 노출과 아동의 지능지수 사이 상관관계를 메타 분석해 아이들의 소변 샘플에서 불소가 1ppm(백만분율 단위) 증가할 때마다 IQ 점수는 1.63씩 감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불소는 물과 토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미네랄이다. 약 80년 전, 과학자들은 자연적으로 불소가 더 많이 포함된 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충치가 더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계기로 치아 건강을 위해 불소 사용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의 경우 식수의 불소화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연구팀은 그동안 수돗물 불소화와 지능 사이의 상관성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다른 국가들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평가한 이번 연구를 통해 불소 노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테일러 연구원은 “아동과 임산부가 많은 양의 불소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불소에 많이 노출되면 태아, 영유아, 어린이의 신경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치과의사 등 여러 과학자들은 이번 보고서에 방법론적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JAMA 소아과학에는 상반된 견해를 가진 사설이 함께 게재됐다. 스티븐 M. 레비 미국 아이오와대 전염병학과 교수는 “이번 분석의 기반이 된 선행 연구들은 질이 매우 떨어진다”며 “불소화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을 예정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 후보자는 불소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불소를 제거하기 위한 급수시설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보고서에 동의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불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전 세계 치아 위생 및 건강이 개선된 이유는 수돗물 불소화가 아닌 불소가 든 치약 때문이라는 과학자들의 견해도 있다. 불소가 포함된 치약을 치아에 도포하면 충치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식수를 통한 불소 섭취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부 국가에서는 수돗물 불소화가 중단된 이후 충치가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도 세계보건기구(WHO) 공중구강보건사업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불소화 수돗물을 공급하다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5~6년 전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식수 기준 불소 농도는 1.5ppm 이하지만 안전성 확보를 위해 0.6~1ppm 범위 내에서 정수장의 불소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수돗물 불소 수치가 낮은 나라인 미국의 불소 농도는 0.7ppm이며, 국내에서는 수돗물 내 불소 함유량을 물 1ℓ당 0.8㎎으로 제한하고 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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