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과 SNS는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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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과 SNS는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나

업데이트 : 2026.04.24 17:04 닫기

숏폼·초가공식품·포르노…
도파민 좇는 뇌 겨냥한 자본
인간을 '초자극' 중독으로 유인
가짜보상 탓에 일상 무너져
몸과 마음의 건강 유지하려면
중독 메커니즘 역이용이 해법

니클라스 브렌보르가 쓴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은 자연에선 찾을 수 없는 인공의 '초자극'이 현대인을 어떻게 중독의 늪에 가두었는지 포착한다.   Gemini

니클라스 브렌보르가 쓴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은 자연에선 찾을 수 없는 인공의 '초자극'이 현대인을 어떻게 중독의 늪에 가두었는지 포착한다. Gemini

현대사회에서 인류가 겪는 수많은 문제의 뿌리는 '진화적 불일치'다. 고도로 발달된 기술 문명의 영향으로 인류는 당장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예측 가능한 삶'을 확보했지만, 원시적인 뇌는 문명에 최적화되지 못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촉진하기 위해 부여됐던 쾌락은 이제 원래 목적과 상관없이 그 자체에 집착하는 현상인 '중독'으로 인류를 이끈다. 가공식품에 손을 뻗고, 유튜브 숏폼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착하는 우리의 모습은 비관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중독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긴 한 걸까.

덴마크의 과학자이자 작가인 니클라스 브렌보르가 쓴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은 동물행동학, 진화생물학, 뇌과학을 통섭해 자연에선 찾을 수 없는 인공의 '초자극'이 현대인을 어떻게 중독의 늪에 가두었는지 포착한다. 또 식품과 콘텐츠, SNS 등 취약한 뇌를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삼은 산업 전략에서 자유로운 이들은 없다고 강조한다.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김성훈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2만1000원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김성훈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2만1000원

저자에 따르면 '초자극'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대상을 일부러 과장된 형태로 만들면서 발생한다. 초국적기업을 위시한 거대 자본은 인간이 본능에 따라 추구하는 쾌락을 극대화하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정밀하게 설계한다. 지방과 설탕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 패스트푸드와 같은 초가공식품은 글로벌 식품 회사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평범한 이용자뿐 아니라 인플루언서나 유명인들이 활동하는 SNS는 무리나 단체에서 돋보이고 싶은 인간의 사회적 본능을 정교하게 노린 사례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알고리즘으로 개인화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적나라한 신체와 상황을 연출하는 인터넷 포르노 역시 인간에게 손쉬운 쾌감을 안기는 '초자극' 콘텐츠다.

빠르고 강력한 쾌락엔 깊은 중독이 뒤따른다. 짧은 시간에 간단한 방법으로 극도의 쾌감을 경험한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보상 체계'를 작동시킨다. 인간은 초자극을 계속 추구하도록 길들여진다. 하지만 강도 높은 쾌락에 반복 노출된 뇌는 둔감해진다. 초자극을 향한 욕망은 그대로인데, 즐거움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이를 버틸 수 없는 인간은 그보다 더 높은 자극을 갈망하는 중독 회로에 내몰리며, 욕망은 점점 강박과 집착으로 변해간다. SNS 피드를 시도 때도 없이 확인하거나, 즐겁지 않은데도 유튜브 콘텐츠를 하루 종일 시청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초자극 중독은 현재의 삶을 파괴한다. 초자극이 가져다주는 보상은 대개 '가짜'다. 가령 초가공식품은 칼로리가 높지만 영양소는 매우 부실하다. 그런데도 인간은 초가공식품을 탐닉하며 성인병의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시킨다. 인간의 성욕을 타깃으로 삼은 포르노 시청은 실제 삶에서의 성적 만족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정상적인 관계에 흥미를 잃어 파트너와 마찰을 빚게 한다. 인간관계도 망가지기 쉽다. SNS와 유튜브에서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의 삶을 추적하느라 정작 가까이에 있는 친구와 가족은 등한시한다.

초자극에 얽힌 더 큰 문제는 '가짜 보상'으로 인한 쾌감 때문에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 '진짜 보상'를 추구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인공적으로 설계된 초자극만큼 즉각적인 보상을 주지 못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더 큰 의지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초자극 중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초자극을 악으로 규정해 퇴출시켜야 한다는 단선적인 주장을 펴지 않는다. 그 대신 중독을 낳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초자극을 설계하는 데 활용된 인간의 지식과 기술을 역이용할 것을 제안한다. 가령 인간의 식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식품보다 건강하면서도 영양소가 풍부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피드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SNS의 원리를 이용해 학습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식이다. 저자는 말한다. "초자극이 좋은지 나쁜지는 우리가 그것으로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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