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배전망 모자라 태양광-풍력발전 중단-축소, 1년새 15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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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출력제어 작년 2건→올해 31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에도
송배전망-ESS 등 인프라 부족탓
7년간 전력손실액 200억 달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의 전력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출력 제어 조치가 올 들어 8월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에서만 31번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단 두 차례만 이뤄진 출력 제어가 태양광 설비 증가, 송배전망 부족 등으로 15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송배전망 구축과 함께 잉여 전력 활용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전기 생산 중단·축소, 1년 전보다 15배 넘게 증가

6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전력 제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내륙에서 이뤄진 신재생에너지 출력 제어는 31건으로 집계됐다. 태양광이 19건, 풍력이 12건이었다. 지난해 내륙 신재생에너지 출력 제어는 2건이었고, 2022년에는 0건이었다. 2021년부터 3년 동안 이뤄졌던 내륙 신재생에너지 출력 제어는 5건에 불과했다.

출력 제어는 특정 지역에서 전기가 너무 많이 생산되면서 남는 전기를 처리하지 못해 강제로 전력 발전량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전력은 공급이 부족해도 정전이 일어나지만 공급이 너무 많아도 송배전망이 이를 수용하지 못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통상 육지로 전기를 보낼 방법이 마땅치 않은 제주에서 빈번한데, 올해 들어서는 내륙에서도 이런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올 1∼8월 제주의 출력 제어는 83건이었다.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내륙과 제주에서 이뤄진 총 출력 제어는 635건에 달했다. 이에 따른 전력 손실액만 197억5800만 원 규모다. 2021년 13억2500만 원에 그쳤던 손실액은 2022년 72억 원으로 크게 뛰었고, 올해도 8개월 만에 10억 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강제로 전력 생산을 멈추거나 줄이는 일이 빈번한 건 급증한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감당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2020년 처음으로 20GW(기가와트)를 넘겼고, 3년 만인 지난해 말에는 31.4GW에 달했다.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은 빠르게 늘었는데 이를 필요한 곳으로 보내거나 남은 전력을 활용할 만한 수단은 충분치 않다. 정부는 현재 국내 전체 발전량에서 10%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8년 32.9%까지 높일 방침이다.

● 단기 대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부상

전력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붐으로 향후 전력 수요와 발전량 모두 급등할 전망인 만큼 생산 전력을 적기 적소에 배분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으로는 전력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는 송배전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다만 지역주민 반대와 막대한 구축 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기 해결 방안으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떠오르고 있다. ESS는 남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전력 저장 창고를 뜻한다. 나 의원은 “송배전망 확충을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통과에 여야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며 “정부도 ESS 보급 확대 등 당장 적용 가능한 대안을 탐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ESS 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ESS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송전선로 건설 지연 문제를 해소하는 등 전력 계통 안정화 및 탄소중립에 기여할 핵심 도구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ESS에 저장했다가 전력 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돼 관련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은 좀처럼 충족되지 않고 있다. ESS 신규 설치 규모는 2018년 3836MWh(메가와트시)를 정점으로 매년 축소돼 2022년 252MWh에 그쳤다. 2020년 이후 화재가 잇따르고 지원 제도마저 종료된 탓이다. ESS 저장 전력 직접 판매 제도 역시 현재까지 등록 사업자가 5명에 그친다. 산업부 관계자는 “ESS 설치 비용 자체가 비싼데 저장 전력 직접 판매의 수익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며 “이런 애로들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지원 방안이 필요한지 업계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고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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