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가 '속편'(Sequel), '리부트', '리메이크'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기피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이 단어에 반감을 갖게 되자 각 스튜디오가 새로운 용어를 개발해 포장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지난 20여년간 속편만 대량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금기어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소니는 '소셜 네트워크'의 후속작 '소셜 레코닝'을 속편이 아닌 "컴패니언 피스(companion piece)"라고 부르고 있다. 디즈니는 '알라딘'·'미녀와 야수' 같은 애니메이션 실사화를 "리이매지닝(reimagining)"이라고 칭하고, 유니버설은 '트위스터' 속편을 "뉴 챕터(new chapter)"라고 명명했다.
아마존MGM은 한발 더 나아가 멜 브룩스의 1987년 SF 코미디 '스페이스볼' 속편 제목을 아예 '스페이스볼: 더 뉴 원(The New One)'으로 지었다. 베테랑 마케팅 임원 마크 웨인스톡은 "관객들은 '속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숙제'처럼 느낀다. '리부트'는 기존 작품이 부진해서 다시 만든다는 인상을 주고, '리메이크'는 재탕이라는 느낌을 준다"고 분석했다.
반면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중 좋아요 35개로 1위를 차지한 반응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는 업계"였다. "마케팅 바보들이 창의력 부재를 새 용어로 포장하려 한다"(좋아요 19개), "관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이름만 바꾼다고 속겠냐"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장미는 뭐라 불러도 장미다. 형편없는 속편도 마찬가지"라는 셰익스피어 인용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한 네티즌은 "그냥 '돈벌이(Money Grab) 2'라고 부르면 된다"고 비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라. 우린 그게 뭔지 다 안다"고 했다.
특히 한 업계 내부자를 자처한 네티즌의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오해하지 말길.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작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스튜디오가 그들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십억 달러를 들여 사들인 IP를 스스로 망가뜨려 놓고, 이제 스트리밍으로 자기 카탈로그 가치까지 깎아먹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 단어들을 쓰기 싫으면 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새 영화를 만들면 된다. 그게 그렇게 어렵냐"고 직격했다.
실제로 Z세대의 75%가 리메이크·프랜차이즈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극장 티켓 플랫폼 팬당고에 따르면 Z세대는 현재 가장 활발한 극장 관람층이다. 그럼에도 할리우드는 기존 IP 의존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첫 영화 '아이언맨'이 나온 2008년부터 따지면 어느덧 18년이 지났다.버라이어티는 "'탑건: 매버릭'처럼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관객들은 이름만 바꾼 재탕에 지쳐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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