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기적의 봄’… 그 뒤엔 무명 감독의 뚝심

6 hours ago 3

남자농구 6강 PO 이끈 손창환 감독
2년 연속 8위팀 맡아 창단 첫 ‘봄 농구’… 초반 부진했다 10연승으로 6강 진입
하루 3시간 자며 자료분석-전술 구상… 꿈에 아이디어 떠오르면 일어나 메모
“이제부터 진짜 도전… 끝까지 가볼것”

손창환 프로농구 소노 감독이 경기 고양시 안방구장 천장에 걸린 배너 사진을 배경으로 양팔로 선수들을 받쳐 드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선수 시절 무명이었던 손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 시즌에 만년 하위 팀 소노를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손 감독은 내친김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고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손창환 프로농구 소노 감독이 경기 고양시 안방구장 천장에 걸린 배너 사진을 배경으로 양팔로 선수들을 받쳐 드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선수 시절 무명이었던 손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 시즌에 만년 하위 팀 소노를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손 감독은 내친김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고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남자프로농구에는 유니폼을 벗고 양복 차림으로 코트를 지키며 팬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 사령탑이 여럿 있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 감독(54·KCC), ‘에어본’ 전희철 감독(53·SK), ‘모비스의 심장’ 양동근 감독(45·현대모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에 비해 손창환 소노 감독(50)은 선수 시절 스포트라이트를 거의 받지 못했다. 한 시즌 평균 출전 시간이 10분을 넘은 적이 없었던 그는 프로에서 네 시즌을 뛴 뒤 조용히 농구화를 벗었다. 소노가 지난해 4월 프로 감독 경력이 일천한 ‘손창환 전력분석 코치’를 감독으로 내부 승격시켰을 때 농구계에선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손 감독은 부임 첫 시즌부터 여러 스타 감독들도 하지 못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3년 창단 후 두 시즌 연속 8위에 그쳤던 소노를 창단 첫 6강 플레이오프(PO)로 이끈 것이다. 소노는 5일 정관장을 65-61로 꺾고 최소 6위를 확보해 ‘봄 농구’ 진출을 확정했다. 8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KT에 72-76으로 패한 소노는 최종 5위에 자리해 4위 SK와 12일 6강 PO 첫 경기를 치른다. 최근 본보와 만난 손 감독은 “꼭 우리 힘으로 PO에 오르자고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 늘 위기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1999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7순위로 SBS(현 정관장)에 입단해 프로 무대를 밟았다. 4시즌 통산 20점 10리바운드라는 초라한 기록만 남기고 은퇴한 그는 SBS 구단의 권유로 홍보팀 직원으로 입사했다. 손 감독은 2005년부터 10년간은 정관장의 전신인 KT&G, KGC인삼공사 등에서 전력분석팀장으로 활동했고, 이후 10년은 캐롯과 소노의 코치를 맡았다. 손 감독은 “죽어라 노력하면 어떻게든 보상받게 된다는 믿음으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손 감독이 이끈 소노는 지난해 11월 한때 9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2월 이후 창단 후 최다인 10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바꾼 끝에 6강 PO 진출에 성공했다. 손 감독은 약체로 평가받던 소노의 반등을 위해 하루 3시간씩만 자면서 전술 구상에 집중했다. 매일 노트북과 자료를 들고 퇴근해 숙소에 돌아왔고, 잠들기 직전까지 농구에 몰두했다. 꿈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급하게 일어나 잊기 전에 메모하기도 했다.

손 감독은 “농구에 ‘올인’하면서 유일하게 포기 못 한 게 ‘모닝커피’다. 오전 6시부터 숙소에서 작업하다가 카페가 문을 여는 오전 7시에 맞춰 출근했다. 내가 첫 번째 손님일 때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작년 겨울 감독실에서 사용했던 전기장판도 그대로 있다. 그만큼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전력분석팀장으로 오래 활동했던 손 감독은 여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특히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선수들의 경기 중 동선을 세심하게 정리했고 다양한 공격 패턴을 만들었다. 이러한 ‘시스템 농구’ 속에 슈터 이정현(27)과 아시아쿼터 선수인 켐바오(25·필리핀·포워드)를 중심으로 한 공격력이 위력을 발휘했다. 손 감독의 지도 아래 기량이 만개한 이정현은 이번 시즌 국내 선수 중 평균 득점 1위(18.6점)에 올랐다. 이정현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손 감독은 봄 농구 무대에서도 후회 없이 싸워보겠단 각오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어렵다고 얘기했던 소노의 PO 진출을 이뤄냈으니 이제부터가 진짜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번 끝까지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