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을 향수병에 새긴 그리스인… 2500년 전 신화를 소비한 방식[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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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일상서 작동한 고대 그리스… 조각, 회화에 담아 연대감 유지해 신화인 줄 알았던 호메로스 서사시 슐리만이 실제 유물 찾아내며 확인 트로이를 둘러싼 무역전쟁 흔적도 오디세우스 여정은 해양문명 자체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유물 속에 살아있는 고대 그리스돛대에 묶인 남자, 그리고 그 앞에서 피리를 부는 새의 몸을 한 여인. 약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인데 왠지 낯설지 않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화제작 ‘오디세이’의 한 장면, 세이렌 일화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은 채 자신의 몸은 돛대에 묶고 뱃사람을 유혹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다. 그렇게 그는 인간으로는 유일하게 세이렌의노래를 듣고도 살아남는다. 여기까지는 호메로스의 원전 ‘오디세이아’를 충실히 따르지만, 주인공이 세이렌의 노래를 들으며괴로워하는 부분은 각색됐다. 원전에는 세이렌의 맑고 고운 노래에 취해 뱃사람들이 항해를 멈추고 섬에 머물다 죽음을 맞이한다고 나온다. 도자기의 그림처럼 세이렌을 넋 놓고 쳐다보는 장면이 원래 내용에 더 가까운셈이다. 물 위로 펄쩍 뛰어오른 돌고래나 음악의 음률을 시각화한 듯 길게 휘어진 식물도 세이렌의 유혹을 적절히 강조한다.》 오디세우스와, 노래로 인간을 홀리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이 그려진 도자기 ‘레키토스’(기원전 520∼기원전 500년). 사진 출처 그리스 문화부 제공 화려한 영상미로 가득한 현대 영화도 좋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의 손길이 담긴 그림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일찍이 이 이야기에 빠져들어 도자기에까지 그려 넣고 수시로 감상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사실 이 도자기가 고대 그리스인들이 주로 향수나 향유를 보관하던 ‘레키토스’임을 알게 되면 그림의 메시지가 더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이 도자기에 담긴 향수는 세이렌의 노래처럼 치명적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에서 신화는 일상 깊숙이 들어가 사회 속에서 실체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스타를 화제에 올려 대화를 이어간다면 고대 그리스는 신이나 영웅담을 통해 사회적 연대감을 유지한 셈이다. 우리가 이를 영상 매체나 소셜미디어로 소통한다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조각이나 회화 같은 전통적 미술 매체를 적극 이용했다. 고대 그리스가 자신들의 신화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방식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이달 11일부터 막을 올렸다. 한-그리스 수교 6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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