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녕, 우리’ 펴낸 심아진 소설가
선악으로 구별할 수 없는 다양한 삶
희극적-모순적 모습들 생생히 담겨
최근 소설집 ‘안녕, 우리’(상상)를 펴낸 소설가 심아진 씨(사진)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특히 요즘 우리 사회가 자꾸 극단으로 가고 있는데 어떤 일의 이면엔 각자의 사정, 일일이 설명하기 힘든 수많은 결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작가의 설명처럼 이번 소설집에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모습이 때론 희극적으로, 때론 모순적으로 손에 잡힐 듯 생생히 그려진다. 표제작 ‘안녕, 우리’는 경마장에서 가족 모임을 가진 40대 대학 친구들의 시끌벅적하면서도 어딘지 피로한 하루를 그려낸다.
오갈 데 없는 청년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재기를 돕는 사장이 운영하는 양양수산 이야기 ‘혹돔을 모십니다’도 인상적이다. 혼혈인 외국인 노동자 레이는 선의로 그를 고용한 사장 돈을 가로채고 종국엔 도망쳐 버리지만 양양수산 사람들은 그 허물을 못 본 척 덮어준다. 작가는 “괜찮은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1999년 한 계간지로 등단한 그는 긴 무명 생활 동안 매번 투고로 작품집을 어렵게 냈으나 최근 통영시문학상(2022년) 채만식문학상(2023년) 등을 잇따라 수상하며 밀렸던 출간작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이번 책이 소설로만 6번째 책. 2020년 필명 ‘심순’으로 쓴 동화 ‘가벼운 인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동화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2021년) 등을 받았다. 그는 “소설 쓰는 게 힘들 때 동화에서 힘을 많이 얻었다”며 “수백 권의 책이 매일 나오는 시대이지만, 한 편이라도 천천히 끝까지 읽어주신다면 좋겠다”고 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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