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감독의 첫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이 4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공개됐다. 영화관 스크린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세로 화면은 낯설었지만, “극장판을 달라”는 관객 요청이 나올 정도로 호응이 컸다. 이날 시사회가 끝난 뒤 무대 뒤편에서 만난 이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적 포만감을 느낀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상반기에 키다리스튜디오로부터 숏드라마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엔 고사했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에 뛰어들었다가 미숙함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 영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위험한 선택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러한 결정이 “용감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뭣보다 후배들이 맘에 걸렸어요. 영화 생태계가 쇠퇴하는 와중에 젊은 친구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출구가 무엇일까, 당장은 숏폼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가 후배들을 많이 독려해왔는데, 스튜디오 쪽에서 ‘왜 감독님 본인은 뛰어들지 않으시냐’고 하더라고요.”‘창작 저변을 넓혀야겠다’는 이 감독의 의도는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아버지의 집밥’은 요리법을 잊은 부인 순애(이정은)에게 남편 하응(정진영)이 처음으로 집밥을 해주며 가족관계가 변화하는 이야기다. 다소 유치한 숏폼식 연출을 가미하긴 했지만, 내용은 전통적인 가족극이다. 기존 숏폼에서 유행하는 불륜이나 복수 등 자극적 소재에서 완전히 비껴나 있다.

부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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