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국내 전집 첫 500권 달성
열린책들, 도스토옙스키 작품 29권
문학과지성사는 낯선 언어권
을유문화사, 새로운 작가 소개
문학동네, 근현대 작가 비중 높여

이에 따라 오랜 세월 여러 출판사에서 선보이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민음사는 지난달 12일 ‘압록강은 흐른다’를 펴내며 국내 처음으로 세계문학전집 500권을 달성했다.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도 200권을, 을유문화사 역시 150권을 넘어섰다. 열린책들은 다음 달 300권 출간을 앞두고 있다.
● 텍스트힙 열풍 타고 고전도 인기 출판계는 최근 세계문학전집이 다시 인기를 모으는 배경으로 ‘독자층의 변화’를 꼽고 있다. 주로 30, 40대가 중심이던 고전 독자층이 ‘텍스트힙(Text Hip·독서를 멋지게 여기는 문화)’ 열풍을 타고 10, 20대로 확장됐다는 분석이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고전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며 작품에 대한 친숙함을 높인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럼 국내 주요 출판사들이 펴내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은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을까.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의외로 출판사마다 특징이 뚜렷하다.
민음사는 ‘정전(正典)’ 구축에 무게를 둔다. 괴테나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헤세, 카프카 등 세계문학의 대표 작가들을 폭넓게 소개해 왔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싯다르타’를 포함해 헤세 작품만 8종 9권을 낸 것이 특징. 그중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데미안’이라고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인간 실격’, ‘동물농장’도 꾸준한 스테디셀러다.
러시아문학에 강점을 지닌 열린책들은 도스토옙스키 작품만 29권을 선보였다. 움베르토 에코와 파트리크 쥐스킨트 등도 주요 작가군. 여기에 추리와 공상과학(SF), 판타지 등 장르문학까지 편입해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초역작·다양한 지역 명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폴란드 시인 비서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끝과 시작’. 김은주 문학과지성사 외국문학팀장은 “문학적 가치가 뛰어남에도 상업성이 없어서, 또는 난해하다는 이유로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을 공모와 블라인드 심사를 통해 선발한 번역자의 번역으로 출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을유문화사는 1959년 국내 최초로 세계문학전집을 선보인 출판사다. 1975년 100권으로 완간됐다가, 2008년부터 새로운 전집을 내놓고 있다. 플랜 오브라이언,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씨부라파 등 이 전집에서만 읽을 수 있는 작가들을 소개해 세계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유림외사’ ‘도화선’ 등 중국 고전도 포함됐으며, 시와 희곡 비중이 높다. 해당 작가를 연구한 전공학자가 번역을 맡고 해당 언어 전공자가 다시 검토하는 교차검증을 갖췄다는 점도 특징이다.
● “세계문학전집, 시대를 비추는 거울”
문학동네는 익숙한 고전보다 토니 모리슨, 살만 루슈디 등 20세기 이후 근현대 작가 비중을 높이고 있다. 송지선 문학동네 부장은 “현재 왕성히 활동 중인 작가들도 정전의 반열에 올려 한국 독자와 만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영하, 김연수, 황유원 등 작가들이 번역에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초창기 세계문학전집이 사르트르나 괴테 등 서구 고전을 소개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요즘은 비서구권과 여성 작가 작품을 정전의 형태로 새롭게 구성하려는 흐름이 나타난다”며 “세계문학전집은 출판사의 문학관뿐 아니라 동시대의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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