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기업 핵심 종사자 20명 인터뷰-설문으로 본 ‘한류 위기’
글로벌 콘텐츠 쏟아져 경쟁 심화… 반복적 소재 버리고 차별화 필요
OTT에 의존 커 수익쏠림도 심각… 위기속 ‘중장기 반등’ 낙관 많아
中시장 열리면 재도약 가능성도
동아일보의 기획시리즈 ‘K컬처, 해외 석학에게 길을 묻다’와 관련해 한류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사의 고위 관계자가 보내온 메시지다. 갈수록 글로벌 콘텐츠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익 구조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상황이란 진단이다.
● “한류, 정체 위기 경고등 켜졌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 다수는 K컬처가 현재 성장 정체기에 도달했다는 데 동의했다. 20명 가운데 13명(65%)이 “한류가 정체 상태에 들어섰다”고 답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성장 둔화 신호와 여러 형태의 구조적 문제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정치·경제적 불안정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또 한 제작사 관계자는 “K팝 시장은 하락세에 있지만 드라마 부문은 여전히 성장세여서 분야별로 정체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류 성장 정체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콘텐츠 경쟁 심화’(11명)를 가장 많이 지목됐다. 이어 ‘해외 플랫폼 전략 변화’(9명), ‘콘텐츠 포맷 반복과 차별화 부족’(9명)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꼽혔다. K팝 분야에선 유사한 외형과 전략을 반복하는 제작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 한 응답자는 “비슷한 비주얼과 전략을 가진 K팝 그룹들이 연달아 데뷔하면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며 “기획사들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 차이가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한류 산업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는 ‘수익 모델의 지속 불가능성’(8명)이 꼽혔다. 특히 K드라마 분야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짚었다. K팝은 공연과 부가 사업의 수익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해외 팬덤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롯데컬처웍스의 한 관계자는 “영화 흥행 실패가 재투자 축소로 이어지며 제작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응답자는 “피프티피프티, 뉴진스 사태 등에서 보듯 K팝은 저작권과 아티스트 관계, 팬덤의 과도한 개입 같은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 “익숙한 공식 버리고 현지화 전략 나서야”
한류 산업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11명이 ‘중장기 반등’을 내다봤다. K팝의 성장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고, BTS가 군입대로 완전체 활동을 멈추는 등 일시적인 악재들이 해결되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소 기획사들의 빠른 성장과 글로벌 팬덤의 확장 등은 한류 성장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손승애 쇼박스 드라마사업총괄 대표는 “성장률 둔화는 피할 수 없지만, 제작과 유통 방식을 전면적으로 ‘리셋’ 한다면 중장기 반등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재개방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시장이 확대될 여지도 충분하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익숙해진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제작 관행이나 불균형한 수익 구조, 폐쇄적인 제작 환경 등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제언도 많았다. 제작자와 창작자가 존중받는 환경과 유연한 협업 모델, 변화하는 팬덤 생태에 대응할 수 있는 수익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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