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 같은 곳에 관객이 앉아야 작품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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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1973년작 ‘소멸’ 등 100여점
국립현대미술관 3, 4전시실서 개막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전시장 ‘서울박스’에 이강소의 1973년 설치 작품 ‘소멸’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전시장 ‘서울박스’에 이강소의 1973년 설치 작품 ‘소멸’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두 개 층을 아우르는 넓은 전시 공간인 ‘서울박스’에 선술집이 등장했다. 낡은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입간판에는 ‘낙지볶음, 조개탕, 돼지갈비’ 등 메뉴 이름이 붓글씨로 적혀 있다. 관객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완성되는 이 작품은 한국 작가 이강소가 1973년 명동화랑 개인전에서 처음 선보인 ‘소멸’이다.

이강소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100여 점을 볼 수 있는 전시 ‘이강소: 풍래수면시’가 1일 개막한다. ‘바람이 물을 스칠 때’라는 뜻을 가진 전시 제목은 송나라 성리학자 소옹(1011∼1077)의 시 ‘청야음(淸夜吟)’에서 따온 문구로, 새로운 세계와 마주치면서 깨달음을 얻은 의식의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전시는 미술관의 제3, 4전시실에서 열린다. 제3전시실에서는 실험미술에 영향을 받은 1970년대 개념미술 작품과 1980년대 추상, 구상 회화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유리에 물감을 칠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한 ‘페인팅78-1’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됐다. 제4전시실에서는 청년 시절 설치 작품인 ‘근대 미술에 대하여 결별을 고함’(1971/2024년 재제작)을 비롯해 1974∼1979년 이강소가 중심으로 전개했던 대구현대미술제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내년 4월 1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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