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심장이자 '영원한 캡틴' 살바도르 페레즈(36)가 사령탑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평소 팀에 대한 헌신으로 정평이 났던 '원클럽맨' 레전드의 이례적인 항명에 캔자스시티의 시즌 초반 분위기는 그야말로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다. 화해했다는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부진한 팀 성적에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소동의 시작은 지난 18일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 전, 맷 콰트라로(53) 캔자스시티 감독의 브리핑이었다. 미국 라운드테이블 스포츠 등 복수 매체에 따르면 이날 쿠아트라로 감독은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페레즈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며 "그에게는 약간의 정신적인 휴식(Mental Breather)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페레즈의 반응은 냉담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다. 그는 즉각 자신의 공식 SNS를 통해 "나는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글을 반복해서 게시하며 감독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추앙받는 레전드가 감독의 배려 섞인 설명을 '오판'으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이번 항명 소동의 이면에는 베테랑의 자존심과 현실적인 몸 상태 사이의 괴리가 자리 잡고 있다. 페레즈는 이번 시즌 21경기에서 타율 0.152(79타수 12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491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팀이 7승 15패(승률 0.318)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로 추락한 가운데, 중심 타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압박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페레즈는 2011시즌부터 캔자스시티에서만 뛴 원클럽맨 레전드다. 무려 9차례나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나섰고 2015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까지 꼈다. 지난 3월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는 베네수엘라 대표팀의 일원으로 나가 우승까지 일궈냈다. 하지만 30대 중반으로 향하자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페레즈와 캔자스시티의 계약은 2027시즌까지다.
페레즈는 항명 소동 이후 고관절(엉덩이) 통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통증 탓에 포수 수비가 정상적으로 불가능함에도, 팀의 위기 상황에서 라인업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감독과의 충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경기를 앞두고 서로 오해를 풀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감독과 선수 사이의 감정의 골은 일단락된 모양새지만, 구단은 냉정한 선택을 내렸다. 로열스는 20일 경기를 앞두고 베테랑 포수 엘리아스 디아즈(36)를 마이너리그에서 전격 콜업했다.
이는 페레즈를 더 이상 주전 포수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구단의 판단이 깔린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로 20일 양키스전에서 디아즈가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고, 페레즈는 지명타자(DH)로 출전했다. 안방마님으로서의 절대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쿠아트라로 감독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을 뿐"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10년 넘게 팀을 이끌어온 '원클럽맨' 페레즈가 느낀 자존심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해답은 페레즈의 방망이에 달려 있다. '휴식은 필요 없다'던 그의 외침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지명타자로서 다시금 예전의 장타력을 회복해야만 한다. 캔자스시티의 심장 페레즈가 이번 항명 소동을 딛고 팀을 꼴찌에서 건져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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