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도엔 없는 ‘지질-지하철-지하수’도 반영… ‘발밑 안전’ 첫공개[히어로콘텐츠/크랙上-②]

6 hours ago 3

‘싱크홀 안전지도’ 어떻게 만들었나

서울시 지도 비공개에 직접 제작
전문가 14명과 3개월간 자료 취합
서울內 시추 정보 2만건 이상 분석
‘지반침하 요인’ 5가지 기준 세분화
서울 426개洞 안전도 1…5등급 분류
“싱크홀 영향 요소 고루 반영” 평가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지반침하 우려도를 분석하고 수치화하는 ‘지반침하 안전지도’ 개발을 연내에 마치겠다”고 했다. 이 지도를 올 3월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 이후 공개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개 시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비공개했다. 집값, 부동산 파장을 우려해서라는 분석도 나왔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한국지하안전협회 소속 지하공간 개발 설계·시공 엔지니어링 전문가 14명의 도움을 받아 지난 3개월간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426개 행정동 단위의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직접 제작했다. 일반에 공개가 제한되는 노후 매설물 정보는 노후 건물 정보로 대체했다. 노후 건물 주변에 노후 매설물이 많다는 특성을 반영했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 민간 첫 싱크홀 안전지도, 정보 2만 건 반영싱크홀 안전도는 △지반(지질 분포, 토사층 두께, 충적층 두께) △지하수(지하수 수위, 수위 저하, 토양 침투 성능) △지하철(노선 분포도, 정거장 밀집도) △지반침하 이력(지반침하 사고 밀집도 및 규모) △노후 건물 분포(30년 이상 노후 건물 밀집도) 등 크게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히어로팀과 전문가들은 석 달간 이와 관련된 정보, 자료들을 취합한 뒤 각 행정동을 다섯 가지 주요 요인별로 등급을 매겼다. 이 등급들 중 안전도가 가장 낮은 등급을 해당 동의 종합등급으로 정했다. 지반 항목은 국토지반정보통합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서울시 시추 정보 7만 건을 이용했다. 지반 분석을 맡은 전문가들은 지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각 행정동당 대표 시추공 정보를 최소 50개 이상, 총 2만 건 이상의 시추 정보를 분석했다.

● 서울시 비공개 지도, 한강벨트에 4, 5등급 몰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히어로팀은 취재 과정에서 서울연구원 김정환 연구위원을 통해 서울시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지도와 히어로팀이 제작한 안전지도를 서로 비교한 결과, 두 지도 모두 안전도가 낮은 것으로 분류한 4, 5등급 지역이 일명 ‘한강 벨트’에 몰려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다른 안전도 최하 지역들도 서울시의 지도와 히어로팀의 지도가 대부분 비슷했다.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시 자료는 상하수관, 통신관, 전력관 등 ‘지하 시설물이 얼마나 밀집해 있느냐’를 기준으로 도로별 위험도를 나눴다. 위험도가 높게 분류된 곳은 지하 1, 2m 밑에 공동(空洞·지하 빈 공간)이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이다.

● “굴착지 주변 위험 줄이는 데 지도 활용해야”

히어로팀 지도와 다른 부분도 있었다. 종로구, 중구 등 구도심은 서울시 지도에서 대부분 위험도가 높은 5등급으로 분류됐다. 오래된 지하 매설물과 이 주변에 생긴 작은 공동이 많은 탓이다. 반면 히어로팀 지도에서는 이 지역 내 5등급은 을지로동 1곳뿐이었다.

지난달 서울의 한 굴착공사장 앞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지표투과레이더(GPR)탐사장비로 공동(땅 속 빈 공간)을 찾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서울의 한 굴착공사장 앞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지표투과레이더(GPR)탐사장비로 공동(땅 속 빈 공간)을 찾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 연구위원은 “서울시 자료는 어느 곳에 탐사 차량을 보내야 공동을 빨리 발견해 메울 수 있을지를 찾는 게 목표인 연구였다. 그래서 분류 기준도 면적 단위가 아닌 도로 경계선”이라고 했다. 서울시 지도의 한계도 드러났다. 지하 공간을 개발할 때 개발업자들은 지질, 지하수 정보를 반영해 안전 여부를 따지는데 서울시 지도에는 이 요소들과 지하철 현황도 반영되지 않았다. 히어로팀 지도에는 모두 반영된 요소들이다. 김 연구위원은 히어로팀 안전지도에 대해 “대형 지반침하 사고가 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루 반영했다”며 “이 지도를 보고 ‘몇 등급이냐’에만 관심을 갖기보다는 굴착 공사장 주변의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역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
https://original.donga.com/2025/sinkhole1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도심 싱크홀 문제를 파헤쳤습니다. 시민 불안은 커지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히어로팀은 전문가들과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4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
https://original.donga.com/2025/sinkhole1

히어로콘텐츠팀
▽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 사진: 홍진환 기자
▽ 편집: 이소연 기자
▽ 그래픽: 김충민 기자
▽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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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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