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논술형 수능, 독서만으론 충분치 않다[내 생각은/이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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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은 아침에는 학교로, 방과 후에는 학원으로 향하는 게 일상이다. 밤늦게 귀가해 책을 읽을 시간이라고는 수업 중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뿐인 학생도 적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술·논술형 문항 도입에 대해 “시험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 학생들은 폭넓게 독서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 말은 학교 현장과 거리가 멀게 들린다. 독서는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토양이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는다고 서술·논술형 답안을 저절로 잘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신의 주장을 근거와 함께 구성해 제한된 시간 내에 표현하려면 반복적인 글쓰기와 첨삭, 개별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학생마다 독서량과 글쓰기 능력의 차이도 크다. 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들의 글을 일일이 첨삭하며 충분히 지도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여건을 갖추지 않은 채 시험부터 바꾸면 그 빈자리는 사교육이 메우게 된다. 이미 학원가에선 글쓰기와 논술 강좌가 잇따라 개설되고, 수학과 영어에 이어 논술학원까지 보내야 하느냐는 학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채점의 공정성도 풀기 어려운 문제다. 같은 답안이라도 채점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수십만 명의 답안을 짧은 기간 안에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채점 기준을 세밀하게 만들면 정형화된 답안을 익히는 시험으로 흐르고, 폭넓게 열어 두면 채점자 간 편차가 커질 수 있다. 1, 2점이 대입 결과를 좌우하는 수능에서는 작은 편차도 거센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 서술·논술형 평가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학교가 그 취지를 살릴 만큼 가르칠 준비가 돼 있지 않고, 국가가 일관되게 채점할 체계도 갖추지 못했다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교육 여건은 그대로 둔 채 평가만 앞서가면 사고력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사교육 경쟁을 낳을 수 있다. 학교의 글쓰기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채점 기준과 이의 제기 절차를 충분히 검증하는 일이 먼저다.※ 동아일보는 독자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각 분야 현안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이름, 소속,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와 함께 e메일(opinion@donga.com)이나 팩스(02-2020-1299)로 보내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내 생각은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글로벌 현장을 가다 오늘의 운세 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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