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데 마른안주만 시키자."
1차 술자리가 못내 아쉬운 직장인들은 '호프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포만감에 취한 이들은 2차전에서 마른안주에 생맥주를 들이킨다. 요즘 애주가들의 씀씀이 고민이 한층 불어날 전망이다. 마른안주로 통하는 아몬드, 땅콩, 호두를 비롯한 견과류와 마른오징어 가격 등이 줄줄이 오름세를 보여서다. 이들 식품의 가격이 1년 전보다 10~30%가량 뜀박질한 결과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 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2일 마른오징어 10마리(중품 기준) 소매가격은 7만6433원으로 1년 전(6만9171원)보다 10.5% 올랐다. 평년(6만5053원)보다도 17.5%나 치솟았다.
마른오징어는 물론 견과류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수입산 호두 가격은 100g당 2138원으로 1년 전보다 30.5%나 치솟았다. 수입산 아몬드 가격도 100g당 1777원으로 18.0%나 뛰었다. 국산 땅콩 가격도 100g당 3846원으로 1년 전(3572원)에 비해 7.67% 뛰었다. 평년 동기(2770원)보다는 38.84%나 올랐다.
마른오징어 가격이 뜀박질하는 것은 오징어 어획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근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1년 전보다 42% 줄어든 1만3546t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00년대 연평균 20만t가량 잡히던 오징어는 지난해 '15분의 1' 수준으로 어획량이 큰 폭 쪼그라들었다.
수확량이 줄어든 것은 고수온 영향이 컸다. 오징어가 살기 좋은 최적의 수온은 12~18도다. 여름철 우리나라 바다 수온은 20도를 웃돌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바다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8.74℃로 최근 57년간(1968~2024) 관측된 수온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견과류 가격이 치솟은 것도 기후변화와 맞물린다. 지난해 가뭄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의 아몬드, 호두 작황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전년에 비해 고공행진하면서 이들 제품의 수입 가격도 올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