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의 출발점…日 이토추의 벚꽃 입사식 [사진으로 보는]

1 day ago 4

일본 기업과 대학의 시작점은
매년 4월 1일 열리는 입사·입학식
日 4대 종합상사 이토추의 새내기 맞이

1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열린 전일본공수(ANA) 입사식 모습 [연합뉴스]

1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열린 전일본공수(ANA) 입사식 모습 [연합뉴스]

일본의 4월은 흩날리는 벚꽃으로 유명하지만 기업의 입사식과 대학의 입학식이 열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기업과 대학은 4월 중에서도 첫날인 1일에 입사식·입학식을 가집니다.

일본의 정부와 기업 대부분은 1년의 시작이 4월입니다. 이때 새로운 국가 예산이 집행되고 기업의 회계연도도 시작됩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에서는 4월 1일이 한 해의 시작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1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열린 전일본공수(ANA) 입사식 모습 [연합뉴스]

1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열린 전일본공수(ANA) 입사식 모습 [연합뉴스]

이날이 되면 대기업 본사가 모여있는 도쿄 마루노우치나 오테마치 대형 빌딩 주변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학생티를 막 벗은 사람들을 무더기로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막 입사식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입니다.

일본 기업들은 신입사원 입사식 후 별도의 장소에서 합숙 기간을 거치면서 교육을 진행합니다. 기업의 이념을 주입하고 ‘ㅇㅇㅇ맨’으로 만들기 위한 절차라고 보면 됩니다. 과거 한국에서도 이러한 절차를 거쳐 대기업의 일원이 된 ‘삼성맨’ ‘현대맨’ ‘대우맨’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1일 신입사원 입사식이 열린 이토추의 도쿄 본사 로비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1일 신입사원 입사식이 열린 이토추의 도쿄 본사 로비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일본 4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도 도쿄 미나토구 본사에서 1일 입사식을 가졌습니다. 이토추는 1858년 오사카에서 섬유 판매 회사로 설립된 1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현재 에너지·섬유·금속·화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3대 편의점 중 하나인 훼미리마트의 주주이기도 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유학을 마친 뒤 2년간 근무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토추는 아침에 출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자회사인 훼미리마트의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이토추는 아침에 출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자회사인 훼미리마트의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일본에서 종합상사는 인기 있는 직장 중 하나입니다. 물론 1순위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이지만 이를 제외할 경우 종합상사와 3대 대형 은행 순서입니다.

인기 요인은 물론 급여입니다.

회사가 제출한 유가증권보고서 기준으로 4대 종합상사의 2023년도 평균급여는 미쓰비시상사가 2090만엔(약 2억900만원)으로 1위입니다. 이어서 미쓰이물산(1899만엔), 스미토모상사(1758만엔), 이토추(1753만엔) 순서입니다.

일본 이토추 도쿄 본사에 설치된 유아원에서 노는 아이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일본 이토추 도쿄 본사에 설치된 유아원에서 노는 아이들. [도쿄 이승훈 특파원]

4대 종합상사 중에서 이토추는 실력에 따른 연봉 지급과 잔업·야근이 없어 일본 내에서는 ‘꿈의 직장’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이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가장 낮은 등급의 직원인 ‘그레이드3‘ 평사원들에게도 실적에 따라 최대 2500만엔(약 2억50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합니다. 오후 3시 퇴근을 보장하는 아침형 근무제도와 오후 8시 이후의 야근 금지 등의 근무 체계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복지도 좋고 사내 유아원도 있어서 합계출산율이 1.97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 참석한 이토추 직원들. 앞줄 맨 오른쪽이 오카후지 마사히로 회장, 그 옆이 이시이 게이타 사장이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 참석한 이토추 직원들. 앞줄 맨 오른쪽이 오카후지 마사히로 회장, 그 옆이 이시이 게이타 사장이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일본 기업들 대부분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종합직과 사무직(일반직)으로 나눠서 뽑습니다. 종합직은 일반적인 의미의 신입사원이고, 사무직인 보조적인 업무를 하는 직군을 의미합니다.

올해 이토추의 신입사원은 일반직과 BX직(사무직)을 모두 합쳐서 153명입니다. 지난해 155명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종합직에서 여성은 40명입니다. BX직은 대부분 여성으로 보면 됩니다.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행사장에 입장하는 신입사원들. [이토추]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행사장에 입장하는 신입사원들. [이토추]

신입사원 초임 연봉은 월 36만엔(약 360만원)입니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뒤 입사하는 경우 월 40만엔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초임 연봉이 낮은 대신 근무 기간에 따라 한국보다 연봉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BX직의 경우 월 27만엔으로 종합직보다는 낮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입사식에는 신입사원을 축하해주기 위해 350여명의 이토추 직원이 참석했습니다. 회장과 사장은 물론이고 주요 임원들도 총출동했습니다. 앞으로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입사원에 대한 기대를 듬뿍 담았습니다.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서 도열한 신입사원들. [도쿄 이승훈 특파원]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서 도열한 신입사원들. [도쿄 이승훈 특파원]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도쿄 미나토구 아오야마 본사 로비 1층에는 레드카펫이 깔렸습니다. 신입사원은 레드카펫을 밝고 행사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들이 들어올 때 모든 직원이 일어나서 큰 박수로 환영합니다.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 모습. 행사장 무대를 650그루의 후쿠시마산 벚꽃나무로 장식했다. [이토추]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 모습. 행사장 무대를 650그루의 후쿠시마산 벚꽃나무로 장식했다. [이토추]

단상은 650그루의 벚꽃나무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모두 후쿠시마산입니다. 후쿠시마현은 산이 많아서 나무가 많기도 하지만, 2011년 일어난 3·11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는 일본에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대지진 피해가 많은 미야기현·이와테현·후쿠시마현의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지역의 물건을 사는 ‘응원 소비’도 일반인들에게는 일반적입니다. 오는 13일 개막하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상징물인 ‘그랜드 링’에도 후쿠시마현에서 가져온 나무가 상당부분 사용됐습니다.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서 이시이 게이타 사장(오른쪽)으로부터 입사증과 명함을 전달받는 신입사원. [이토추]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서 이시이 게이타 사장(오른쪽)으로부터 입사증과 명함을 전달받는 신입사원. [이토추]

입사식에는 일본 포크 듀오 가수 ‘유즈’가 깜짝 등장해 신입사원들의 앞날을 축하해줬습니다. 이토추 사장님의 길게 이어진 ‘훈화 말씀’으로 졸음이 가득했던 행사장에서 큰 환호가 터졌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히트곡인 ‘栄光の架橋(영광의 다리)’와 ‘夏色(여름색)’의 두 곡을 부르며 행사장에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서 깜짝 게스트로 등장한 일본 인기 포크 듀오 가수 ‘유즈’ [이토추]

1일 도쿄 미나토구 이토추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서 깜짝 게스트로 등장한 일본 인기 포크 듀오 가수 ‘유즈’ [이토추]

기업들의 공채가 대부분 사라진 한국에서는 이 같은 입사식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거창한 입사식을 생략한 곳도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젊은 청춘들의 새로운 출발은 응원받아야 할 일 같습니다. 이미 시작한, 앞으로 시작할 한일 젊은 청춘들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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