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재홍 씨가 평론집 <구도자의 산책>(천년의시작)과 연구서 <현대시의 비대칭성과 상징성>(황금알)을 잇달아 펴냈다.
평론집 <구도자의 산책>은 ‘가톨리시즘과 구상의 시 세계’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구상 시 작품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구상 시인의 제자이기도 한 김 씨는 1부에서 먼저 간 아내의 수의를 어느 가격대로 할지를 고심하는 내용의 「수의(壽衣)」, 삶의 평형과 조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홀로와 더불어」 등 구상의 개별 작품들을 분석하고, 2부에서는 한국 시사에서 연작시 형식의 개척자로 불리는 구상의 주요 연작시를 본격적으로 조명했다.
3부에서는 「‘표현하기’와 ‘전달하기’의 긴장- 구상의 시적 기법에 대하여」를 통해 일상어의 전면화를 이룩한 시적 기법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4부의 논문 세 편도 주목된다. 첫 번째 논문 「구상 시에 나타난 가톨리시즘적 일원론」에서는 원산 베네딕도수도원 부설 신학교에 다니며 신부를 꿈꿨던 구상의 삶을 되짚으며 플라톤주의적 이원론을 벗어난 그의 일원론이 궁극적으로 이념대립과 냉전 시대를 살면서도 비대립적 평화의 시를 추구할 수 있는 근거였다는 점을 밝힌다.
또 다른 논문 「구상의 연작시와 영원회귀 의식」에서는 니체의 주장이 신에 대한 무신론적 부정의식이 아니라 명령하는 신, 구속하는 신, 강제하는 신에 대한 극복을 지향함으로써 오히려 ‘신과의 화해’를 꿈꾸었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세 번째 「구상의 위기의식과 연속성의 시적 사유」를 통해서는 연작시에 보이는 구상의 사회 참여적 태도에서 위기의식을 읽어내고, 이를 통해 그가 베르그송과 화이트헤드, 들뢰즈와 가타리로 이어지는 연속성의 형이상학을 시화했다는 점을 살피고 있다.
연구서 <현대시의 비대칭성과 상징성>에서는 문학 작품 분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그는 우리 문학을 대칭과 대립의 시각으로 파악하는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며 “대칭의 물리학과 대립의 윤리학을 넘어선 시의 실재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시영의 시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 주면서 “시는 대칭의 쌍이 사라지고 대립의 경계선이 무너진 곳에서 태어난다”며 “세계와의 작용 속에서 그 현전을 통해 비대칭의 실존을 표현하고 독자와의 작용 속에서 비대립의 세계를 표현하는 게 곧 시”라고 말한다.
또 김남주와 김종철 고정희의 시를 통해 현대시의 상징성을 여러 렌즈로 비추며 “이들의 문학 세계는 우리 삶의 극한에서 외치는 비명이자 대긍정을 향한 시적 분투였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