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 종묘 정전, 5년 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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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수리 마친 종묘 정전 고유제/사진=연합뉴스

5년 만에 수리 마친 종묘 정전 고유제/사진=연합뉴스

국보 '종묘 정전(正殿)'이 5년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20일 공개됐다. 종묘 정전은 조선 왕조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공간이자 한국 전통 건축의 '정수'로 꼽힌다.

국가유산청은 대규모 수리를 마친 종묘 정전을 이날 공개했다. 건물 노후화로 주요 부재와 기와, 월대 일부가 파손되는 등 안전 문제가 우려돼 2020년 대대적인 보수·수리에 나선 지 약 5년 만이다.

종묘 정전은 조선 왕실의 사당인 종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이다. 조선 초에는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의 4대조(목조·익조·도조·환조) 신위를 모셨지만 이후 공덕이 있는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 됐다.

총 19칸의 방에 왕과 왕비 등 신주 49위를 보관하며 1985년 국보로 지정됐다.

마치 굵은 선 하나를 그어놓은 듯 100m 넘게 이어진 건물은 그 무엇보다 정제되고 장엄한 건축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종묘)에 등재됐다.

공사 전 종묘 정전 모습./사진=연합뉴스

공사 전 종묘 정전 모습./사진=연합뉴스

새로 단장한 정전에서는 지붕 기와가 주목된다. 기존 지붕 앞쪽에는 공장제 기와, 뒤쪽에는 수제 기와를 얹어 하중이 한쪽으로 쏠렸던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수제 기와 약 7만장을 만들어 모두 교체됐기 때문이다.

국가무형유산 제와장 김창대 보유자 주도로 전통 기법과 재료를 가능한 활용해 기와를 제작했다. 지붕의 기와를 잇는 작업은 국가무형유산 번와장인 이근복 보유자와 이주영 전승교육사 부자(父子)가 맡았다.

또 정전 앞에 깔려 있던 시멘트 모르타르는 걷어내고 수제 전돌(흙을 벽돌 모양으로 구워 만든 건축재료로 주로 바닥과 벽에 쓰임)을 깔았다. 시멘트 모르타르는 1928년에 설치했다고 알려졌지만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수리를 진행하면서 전통 소재를 이용한 기법으로 외부 단청도 칠했다. 아울러 정전을 받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인 월대의 석축도 일부 보수했다.

당초 공사는 2022년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지붕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부재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수리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월랑의 경우 계획과 달리 초석(礎石·주춧돌)과 기단까지 해체했다. 건물 뒤쪽과 서쪽 익랑 부근에서는 '목조 문화유산 천적'으로 알려진 흰개미 피해가 확인돼 방재 작업도 이뤄졌다.

전체 보수 공사에는 약 200억원이 투입됐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수리 과정에서 종묘 정전의 역사와 가치를 재확인한 점은 의미 있는 성과다.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등 문헌 기록에 따르면 종묘 정전은 1395년 처음 건립됐지만 임진왜란으로 소실됐고, 광해군 대인 1608년 11칸 규모로 다시 지었다. 이후 영조(재위 1724∼1776)와 헌종(재위 1834∼1849) 대에 각각 4칸씩 증축됐다.

광해군이 재위하던 시기의 목재가 쓰였다는 점은 광해군 대에 종묘를 중건했다는 문헌 기록을 재확인한 셈이다.

종묘 정전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상량문 보존 처리 과정/사진=연합뉴스

종묘 정전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상량문 보존 처리 과정/사진=연합뉴스

상량문(上樑文)이 발견된 점도 주목된다. 상량문은 목조 건물을 짓거나 고칠 때 최상부 부재인 종도리(마룻도리)를 올리고 제의를 지내면서 쓴 글로, 건축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은 2023년 4월 정전의 11번째 방의 종도리 하부에서 상량문을 찾았다.

공사가 마무리된 만큼 왕과 왕비의 신주는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국가유산청은 그동안 창덕궁 옛 선원전으로 옮겼던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다시 종묘로 옮기는 환안(還安) 행사를 이날 오후에 열었다.

환안 의례는 고종(재위 1863∼1907) 7년인 1870년 이후 155년 만이다.

왕의 신주를 운반하는 가마인 신연(神輦)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은 가마 28기와 말 7필이 시민 행렬단과 함께 광화문에서 종묘까지 약 3.5㎞ 구간을 행진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종묘에 도착한 뒤에는 신주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고하는 고유제와 기념식을 연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등재 30주년을 맞아 종묘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정전에서는 오는 24일부터 5월2일까지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이 펼쳐지며, 26일∼5월2일에는 조선시대 왕비가 참여했던 국가 의례를 엿볼 수 있는 재현 행사를 선보인다.

조선 왕실의 제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종묘대제는 약 6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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