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상승, SK하이닉스 하락’ 베팅에도 공매도 거래가 급증했다.
국내 증시 대표 두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된 국면에서 삼성전자를 매수하면서도 공매도를 하는 등 투자주체들의 판단이 혼조세를 보였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17일부터 2거래일간 삼성전자를 92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를 7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기존의 ‘삼성전자 숏, SK하이닉스 롱’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올해 들어 수급 흐름이 바뀌기 직전인 지난 16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2조8900억원어치 팔아치웠고, SK하이닉스는 2조2600억원어치 사들인 바 있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지난 17일에는 삼성전자를 1240억원어치 사들이는 동시에 SK하이닉스를 2890억원어치 순매도했으나, 이튿날에는 삼성전자를 1090억원어치 팔고 SK하이닉스를 10억원 사들이는 뒤바뀐 수급 흐름을 나타냈다.
공매도의 주요 거래 주체인 기관과 외국인이 함께 삼성전자를 대거 사들인 지난 17일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거래가 급증했다.
20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17일 하루 동안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 거래대금은 1887억원이었다.
지난 2022년 연초 8만원 수준이던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 문턱까지 주저앉으면서 공매도 상환이 대거 발생했던 당해 3월 7일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에는 상환거래로 공매도 거래금액이 급증했지만 이번에는 대차잔고가 48만4282주 늘어나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이다. 대체로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 주식을 빌리면서 대차잔고가 늘어나고 주가가 상승기에는 상환 물량도 적기에 지난 17일의 공매도 거래 급증은 기관과 외국인의 하락 베팅 움직임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글로벌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하반기 이익 개선을 점치면서 외국인이 순매수하는 와중에도 ‘하락 베팅’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외국인과 기관의 판단이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주가가 6만원 후반대를 넘어서자 공매도를 택하는 투자주체들이 등장한 분위기다.
수급 방향이 혼재된 것처럼 당분간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횡보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는 기대와 밸류에이션(평가가치)가 높다는 생각이 함께 나올 수 있다”며 “주가에 호재가 충분히 반영된 만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는 박스권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