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만년 부품사' 넘어서 'AI·전장'으로 쌍끌이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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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31 06:01 수정2026.03.31 06:01

[한경ESG] ESG 핫 종목

글로벌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가 주도하는 ‘IT 플랫폼 2.0’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산업의 변곡점에서 단순한 IT 부품 공급사를 넘어 글로벌 ‘전략 기술 파트너’로 구조적 진화를 이뤄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삼성전기다.

삼성전기는 올해 AI 인프라 확대와 자동차의 전장화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강력한 슈퍼사이클 초입에 서 있다. 최근 반년 사이 주가가 140% 넘게 치솟은 이유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위주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성공하며 주가 재평가를 받았다.

삼성전기, '만년 부품사' 넘어서 'AI·전장'으로 쌍끌이 성장

AI 시대 여는 전자산업의 '쌀'

삼성전기의 비상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다. MLCC는 회로에 일정한 전류가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방지해 ‘댐’ 역할을 수행하는 부품이다. AI 시대에선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고 전력 소비량도 늘어난다. MLCC와 파워인덕터 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성능 MLCC는 진입장벽이 높아 일본 무라타·TDK, 한국 삼성전기 등이 생산할 수 있다.

MLCC는 경기둔화 가능성을 선반영하는 소재다. 전자회사들은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 재고를 줄이고, 반대로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면 재고를 늘린다. 재고량을 보면서 향후 업황과 실적을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22년 MLCC 회사들은 업황의 급격한 둔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과 2023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MLCC 수요 감소로 이어진 탓이다. AI 시대를 맞으면서 구조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전자회사들이 MLCC 재고 확보에 혈안이 된 까닭이다.

일반 스마트폰에 800개에서 1200개가 들어가는 MLCC는 최신 AI 서버 한 대에 무려 30만 개가 탑재되며, 전기차 1대에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최대 10배인 3만 개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삼성전기의 MLCC 생산을 담당하는 공장 가동률은 2025년 3분기 기준 99%에 도달하며 사실상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의 도약은 괄목할 만하다. 과거 이 시장을 70% 이상 독점하던 일본의 무라타제작소 아성을 깨고, 삼성전기는 4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강력한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이러한 성과 이면에는 원자재인 세라믹 파우더를 자체 개발해 내재화한 압도적인 소재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전장용 MLCC 기술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신 전기차에 도입되고 있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은 일반적인 100V급 MLCC가 아닌 1000V에서 2500V를 견디는 초고압 MLCC를 요구한다.

삼성전기는 2022년 4%에 불과하던 전장용 MLCC 시장 점유율을 2024년 2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수요 폭증은 MLCC의 구조적인 가격 인상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글로벌 1위 무라타의 나카지마 노리오 사장은 “AI 데이터센터향 초소형·고사양 MLCC 주문이 생산능력의 두 배에 달한다”며 가격 인상 검토를 시사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 1분기 사이 MLCC 판가가 10% 인상될 경우 삼성전기의 2027년 전사 영업이익은 2조2000억 원, 20% 인상될 경우 2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기, '만년 부품사' 넘어서 'AI·전장'으로 쌍끌이 성장

FC-BGA와 글라스 기판의 반전… 소형 전고체 배터리도 주목

삼성전기의 또 다른 강력한 날개는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이다. 데이터센터용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와 AI 가속기 등에 탑재되는 대면적·고다층 기판이 주요 제품이다. 올해 하반기부턴 라인이 풀가동될 전망이다. 기판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 및 프리프레그 공급사들이 소재 부족과 원가 상승을 이유로 올해 상반기 30%가량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공급 부족 국면에서 FC-BGA 기판 제조사들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삼성전기는 기존 유기 소재 기판의 한계를 뛰어넘는 ‘글라스 기판’ 개발에도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글라스 기판은 열 변형과 휨 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인 제품이다. 시험 생산을 거쳐 2027년 이후 양산할 목표를 세웠다.

또 삼성전기는 ‘Mi-RAE(모빌리티·로봇·AI·에너지)’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소형 ‘전고체 전지’다. MLCC 제조 공정에서 축적한 세라믹 기술을 바탕으로 웨어러블 기기 등 소형 IT 기기용 전고체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2025년 시제품 공급을 거쳐 2026년 이후 적용 제품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겨냥해 정밀 액추에이터 및 장거리 3D 센싱 모듈 등 시각·인지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용 MLCC 공급망에 진입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주가 전망은

주주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350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25.2%에 달한다. ‘고배당 상장사’ 요건을 당당히 충족해 주주들에게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까지 제공하게 됐다. 친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선도 중이다. 2024년 말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서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다.

미래 성장성에 힘입어 증권가의 목표 주가 눈높이도 치솟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은 iM증권과 KB증권은 삼성전기의 목표 주가를 60만 원으로 제시했다. 뒤를 이어 메리츠증권 55만 원, 유안타증권 54만 원 등으로 전망했다. 실적 구조가 과거 모바일 및 PC 수요에 의존하던 B2C 계절성 사이클에서 완전히 탈피해 AI 데이터센터 및 전장이라는 튼튼한 B2B 구조로 진화했다는 게 상승 근거다.

다만 단기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실적 수준) 부담은 커졌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 이상으로 올랐다. 1년 전 14배 수준보다 곱절 넘게 높아진 것이다.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1조7539억 원인데, MLCC 가격 상승에 따라 이익이 상승할 것을 주가에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익 상승폭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얼마나 상쇄하느냐가 향후 주가 흐름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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