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초저가 스마트폰, 가성비 노트북 등을 출시하며 하드웨어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하드웨어 영역까지 넘보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사업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다음 달 출고가 499달러의 픽셀 9a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픽셀 9a는 애플의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16e(599달러)보다 100달러 저렴하고 삼성 갤럭시 보급형인 A56 모델과 가격이 같다. 9a는 카메라,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기본 성능은 갤럭시 A56과 비슷하면서 구글의 최신 AI 기능을 모두 담은 것이 특징이다.
픽셀은 구글이 2016년 선보인 스마트폰 브랜드다. 구글 픽셀폰은 지난해 10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전월(4.76%) 대비 3배에 가까운 12.9%로 치솟는 등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작년 초 구글은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크롬 등 플랫폼 사업을 하드웨어 부문에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구글이 스마트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인공지능(AI) 생태계를 확장하려면, 이를 담을 하드웨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타는 분기마다 50억달러(약 7조3000억원) 영업손실을 보면서 XR헤드셋을 헐값에 쏟아내고 있다. 메타 XR헤드셋 퀘스트 시리즈 가격은 299~499달러로 애플 비전프로(3499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하드웨어를 최대한 많이 푸는 것이 메타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메타의 글로벌 XR헤드셋 점유율은 79%(작년 4분기)로 압도적 1위다.
빅테크들이 하드웨어 시장에서 단기간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자사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MS의 노트북 시리즈 ‘서피스’ 시리즈는 최신 AI, 터치스크린 등을 탑재했음에도 가격이 899달러부터 시작한다. 제품을 자사 운영체제(OS)에 최적해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평가도 많다. MS의 서피스 노트북은 ‘버벅거림’이 적다는 평이 입소문을 타며 글로벌 노트북 점유율 3~4%를 확보했다. 2% 안팎인 삼성전자보다 높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