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팍팍해진 2030세대, 소비 절반이 식료품·주거비

1 week ago 11

2030세대의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와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시장 악화로 소득은 늘지 않는데 생활 물가는 빠르게 오른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9세 미만 가구주 가구의 평균 소비지출은 2898만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 비해 25만원(0.9%) 감소했다. 소비지출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의 소비지출이 모두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10~30대 통계를 ‘39세 이하’로 집계하지만 10대 비중이 미미해 사실상 2030세대를 의미한다.

전체 소비는 줄었지만 필수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식료품비와 주거비 지출은 각각 981만원, 448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3만원, 21만원 증가했다. 식료품비·주거비 지출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1.9%포인트 상승한 49.3%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6년 이후 최고치다. 식료품 물가와 주택 전·월세 가격 상승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젊은 세대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 건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다. 지난해 39세 미만 가구의 평균소득은 551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평균소득 증가율(3.4%)을 크게 밑돈다.

이는 고용 환경이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030세대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은 71만9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였다. 같은 기간 2030세대 실업자는 35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2000명 늘었다.

주요 대기업이 경력직 위주 수시 채용을 늘린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 채용 가운데 경력직 비중은 28.1%로 전년보다 2.3%포인트 높아졌다.

그만큼 2030 맞춤형 고용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취업 준비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청년의 취업 여건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직업훈련·교육 등으로 청년의 취업 역량 향상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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