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짓는 일관제철소에 포스코가 건설 자금을 분담하는 대신 생산 물량 일부를 넘겨받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글로벌 관세 전쟁에 나서자 국내 1위와 2위 철강업체가 처음으로 공동 투자 및 생산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그룹은 백악관에서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을 발표하며 투자금 8조5000억원 가운데 절반을 현대제철 등 계열사와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자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온 포스코가 핵심 외부 투자자로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고 현대제철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논의가 본격화한 양상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루이지애나 동맹’이 성사되면 말 그대로 ‘윈윈 동맹’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대규모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미국 생산 거점이 없는 포스코는 현지 생산설비를 확보할 수 있다.
포스코의 투자 참여 방식 등을 놓고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긴 하다. 세계 2위 철강기업인 인도 아르셀로미탈을 비롯한 다른 글로벌 철강회사가 루이지애나 제철소 투자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도 변수다. 그럼에도 국내 라이벌 기업이 해외에서 손잡은 첫 번째 사례로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동맹이 성사되면 앞으로 협업이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 프로젝트로 확대돼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협력은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린 석유화학업계 등도 벤치마킹 해야 한다. 중국과 중동에서 더 값싼 석유화학 범용 제품이 쏟아지며 업계 전체가 공멸 위기에 내몰렸지만 아직은 각자도생에 골몰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통해 나프타분해설비(NCC) 같은 범용 제품 라인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키운 일본, 유럽과 대비된다. 감당할 수 없는 위기가 닥쳐올 때는 경쟁 상대와도 손잡을 수 있는 유연함과 과단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