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위협에 경제통 정치 신인 선택한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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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29 17:24 수정2025.04.29 17:24 지면A31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총선 결과 자신이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올초까지만 하더라도 고물가 여파로 정권 교체가 확실시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편입 위협과 관세 압박에 캐나다 국민이 경제통인 카니에게 힘을 실어줘 대반전이 이뤄졌다.

카니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정치와는 거리가 먼 경제 전문가였다.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투자은행에서 일했으며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중앙은행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자유당의 경제성장 특별고문으로 영입된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총리에 올랐다. 트럼프가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위협하고 25% 관세 폭탄을 때리겠다고 하자 캐나다 국민은 이에 맞설 적임자로 카니를 뽑은 것이다.

캐나다가 25% 관세 적용을 유예받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도 카니의 보복관세 등 맞대응과 카니에 대한 캐나다 국민의 지지 덕분이다. 카니는 승리 연설에서 “미국은 캐나다를 소유하고자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의 구연(舊緣)은 끝났다”며 강한 대응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아르헨티나 국민도 정치 신인이지만 경제 전문가를 선택해 체질을 바꾸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가 2020년 정치에 뛰어들었다. 2021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지 2년 만에 전기톱을 들고 대통령 도전에 나섰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과도한 정부 지출을 싹둑 잘라내야 한다는 퍼포먼스로 유명해지며 2023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가 집권한 이후 한때 월 25%에 이르던 인플레이션율이 3%대로 낮아졌고 성장률은 2023년 -1.6%에서 올해 5%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이제 34일 후엔 한국에서 21대 대선이 치러진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가 목전에 닥친 상황이다. 관세전쟁을 극복하고 인공지능(AI) 전쟁에서 승리할 뿐 아니라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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