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쉰’ 청년이 늘면서 경제적 손실이 연평균 9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그냥 쉬었다는 15∼29세 청년층이 해마다 36만 명에서 45만 명을 오갔는데, 이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총 44조5000억 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미숙 창원대 교수에게 의뢰해 추산한 결과다. 그냥 쉰 청년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취업 청년의 임금 80%를 잠재 소득으로 간주해 비용을 산정했다고 한다.
통계상 ‘쉬었음’ 인구는 학업이나 육아 같은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도 구직 활동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를 가리킨다. 20대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데도 쉬었음 청년은 번번이 최고 기록을 쓰면서 사회·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구체적 비용이 추산됐다.
청년들이 일할 의지를 잃고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건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탓이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는 제한적인데, 이마저도 경력직 채용 위주로 재편되면서 많은 청년이 구직을 단념하고 있다. 상반기 채용공고 14만여 건 중 82%가 경력직 대상이었고 신입만 뽑은 곳은 3%도 안 됐다. 지난해 쉬었음 청년 중 대졸 이상의 고학력 청년 비중이 역대 최고인 41%를 넘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도 그냥 쉰 청년은 42만 명으로 7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건설업 불황과 미국발 관세 전쟁 등의 여파로 일자리 위기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6만 명이던 취업자 증가 폭이 내년엔 11만 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경제적 자립에 실패하면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이 무너지고 저출산 고착화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기업 투자를 북돋아 청년 일자리를 한 개라도 더 만드는 게 시급한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로자 권리 강화에만 힘을 쏟을 뿐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대책에는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청년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부가 서둘러 ‘일자리 마중물’을 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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