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오늘로 50일째를 맞았다. 이르면 이번 주말 양국의 2차 종전 협상이 성사될 수 있다는 소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화협정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체결된다면 내가 직접 갈 수도 있다”며 종전 기대를 키웠다.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건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나프타 등의 공급 쇼크에 더해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으로 서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중동발(發) 고물가 공포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고유가·고환율 영향으로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2월 대비 16.1%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 물가가 품목별로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걸 감안하면 이달 물가는 훨씬 더 많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에너지와 플라스틱 제품부터 건설자재, 먹거리까지 오르지 않는 품목이 없다.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인천~뉴욕 왕복 항공편의 유류할증료는 113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편도 11만원대에서 다섯 배가 올랐다. 미국산 소고기는 한우와의 가격 차이가 절반으로 줄었다. 물류비가 뛴 탓이다. 수입 수산물과 과일도 마찬가지다. 자재 공급난과 가격 급등으로 전국 건설 현장은 공사 중단 등 비상이 걸렸다. 발전 원가가 크게 오른 전기요금도 걱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을 2.5%로 최근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7%포인트 높인 수치다. 그것도 몇 주 내 중동 사태가 끝나 올해 중반부터 에너지 생산과 수출이 정상화된다는 시나리오가 전제다. 전쟁이 그 이상 이어지면 물가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를 실은 우리나라 유조선이 홍해를 무사히 빠져나와 귀환 길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우회로를 이용한 첫 원유 수송이다. 낭보이긴 하지만 원유 갈증을 풀기에는 역부족이다. 조만간 종전된다고 해도 물가 상승 압력이 단숨에 낮아지기도 어렵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지속해서 물가 안정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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