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어제 “인공지능(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고 ‘AI 세계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 방문에 앞서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서였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번째 공약으로 미래 핵심 기술인 AI 분야의 비전과 지원책을 제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 예비후보는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돼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증액하고자 한다”고 했다. 국가 차원의 AI 투자와 인식 부족으로 우리의 AI 경쟁력이 미흡한 시점에 정부가 대규모 투자의 물꼬를 터주겠다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AI 핵심 자산인 GPU를 최소 5만 개 이상 확보해 개발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것도 업계에서 바라던 바다.
한국은 투자 규모 면에서는 미국, 중국 등 AI 선도국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향후 4년간 최소 5000억달러(약 730조원), 중국은 향후 6년간 10조위안(약 20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가지 지적할 대목은 이들 국가와 무작정 ‘쩐의 전쟁’을 벌이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 효율성을 높여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AI산업은 민간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연구가 관건인 만큼 정부가 지나치게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국내외 투자자들이 국내 AI산업에 활발하게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혁파하면서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예비후보는 또 국가가 AI 인재 양성을 책임지고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고급 두뇌가 의대에만 몰리는 현실을 타개할 입체적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두는 등 노동시장 유연성도 확보해야 한다. 산업구조 고도화는 반드시 교육·노동 같은 구조개혁과 병행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