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동안 경제는 물론 관료제와 문화, 사상, 대외 정책까지 흔들리지 않은 게 없었다. 특히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건 관세 정책이었다. 부과와 철회, 유예를 쉼없이 오가며 세계를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의 늪에 빠뜨렸다. 상호관세를 선언했다가 시행 13시간 만에 90일 유예를 선언하고, 중국과는 관세 치킨게임을 벌였다. 주먹구구로 계산한 상호관세율을 근거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를 협상테이블에 끌어들여 불안을 극대화했다.
자유 인권 등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 자유진영의 와해 위기도 초래했다. 특히 침략전쟁을 벌인 러시아 독재자와의 거래를 위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불러 면박 주는 장면은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의 환멸을 불렀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 안보 독립을 모색하는가 하면 아시아 국가들도 미국의 방위비 압박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다. 미국 내에서는 관료 사회와 대학, 언론, 주요 기관에 대한 트럼프 세력의 전방위 공격이 벌어지면서 불안이 일상화됐다.
미국이 전 세계에 뿌린 혼란은 부메랑처럼 미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한 러스트벨트의 자동차 노동자들이 해고 불안에 시달리고, 마트 진열대가 텅텅 비는 등 관세 전쟁은 미국 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좌충우돌하는 권력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9%에 그쳐 취임 100일 기준으로 1945년 이후 역대 미 대통령 중 가장 낮았다.6월 4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한국은 트럼프 2기 100일의 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새 정부는 정책을 숙고할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 만큼 설익고 극단적인 정책, 국익보다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즉흥적으로 쏟아내 혼란을 부추기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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