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음 커지는 서민 가계, 정치권은 현실 바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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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가려졌던 서민 가계의 고통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반도체발 훈풍으로 기업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는 것과 달리 고물가·고금리 부담에 먹거리 지출도 힘겨운 것은 물론 빚에 몰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서민 또한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대표적이다. 외형상으로는 극소수 업종,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닥 경기는 싸늘하게 식어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1년 전보다 36.1% 올랐다. 전체 가구 이자 비용 증가율(12.1%)의 거의 3배다. 이런 가운데서도 씀씀이를 줄이기 힘든 식비 등 필수 생계비는 빠르게 늘며 저소득층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식비 지출이 1년 전보다 3.3% 증가한데 비해 소득 하위 20% 가구의 식비 지출은 6.1%나 늘었다. 서민 밥상에 오르는 쌀, 감자, 파, 달걀 등이 1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자장면, 해장국 등 저가 외식 메뉴도 크게 오른 탓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충격은 저소득층 등 밑에서부터 먼저 받게 됨을 정확히 보여준다.

법원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관련 통계 집계 후 가장 많은 것도 심상치 않다. 최소 생계비를 뺀 수입으로 빚을 갚게 하는 대신 채무 일정액을 탕감해 주는 이 제도는 법원통계일보에 따르면 올해 1~7월 9만 6734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12.2% 늘었다. 2015년 이후 최대치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를 하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자 법원의 판단에 의지해 재기를 노리는 서민들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정치권 인사들이 입만 열면 민생 안정과 서민 보호를 강조하고, 정부는 반도체 호황이 안겨 준 세수초과로 경기를 낙관하지만 바닥은 이렇듯 냉골이다. 서민 가계의 현실을 바로 안다면 집권 여당과 정부는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예컨대 쿠팡 배달기사의 98%가 반대하는 새벽배송 제한법을 기어이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자리를 줄이려 할 게 아니라 하나라도 더 만드는데 앞장서야 옳다. ‘먹사니즘’을 외치는 정당이라면 서민 고통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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